생활의발견2017. 2. 13.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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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10. 10. 4. 20:21

영국에 앞서 뉴욕을 선점한 네덜란드는 지금의 맨하튼을 '뉴 네덜란드' 또는 '뉴 암스테르담'이라고 부른 뒤
전략적인 요충지로 이곳에 높은 방벽을 세웠는데 지금의 증권가인 '월 스트릿'이 여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 당시 네덜란드의 식민지 총 사령관이었던 Peter Stuyvesant은 이주자들을 위한 공공 시장을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후 늘어난 많은 시장들 중 몇몇은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이런 오랜 역사를 배경으로 새롭게 태어난 시장이 바로 New Amsterdam Market 이다. 



뉴 암스테르담 마켓에서 판매되는 식품들은 모두 로컬에서 생산한 건강한 재료를 사용한다.
지역의 작은 단위의 상점들이 저마다 고유한 레시피를 통해 만든 식품들을 이곳에서 선보이는데
대부분 상점들이 시식행사를 곁들이고 있기 때문에 굳이 사지 않더라도 맛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다.
공식적으로 이곳에서 판매대를 설치한 상점의 갯수는 62개이며, 우리의 고유 음식 김치도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그 초입에는 뉴 암스테르담 마켓을 홍보하는 별도의 환영 부스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마켓의 자세한 내용이 담긴 홍보물을 받거나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
웹사이트에는 Social Media Coordinator 직함으로 한국사람의 이름인 Soo Koon Lee가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환영 부스 한 켠에는 자전거 발렛이라고 적힌 칠판이 세워져 있는데
실제 위의 환영 부스 사진에 등장하는 남자직원분이 친절하게도 자전거를 대신 파킹해 준다.
상냥스런 웃음을 주는 이런 아기자기한 친절함은 모든 상점들의 주인에게서도 그대로 건네 받을 수 있다.





이곳에 자리한 상점들은 위의 사진처럼 과일이나 채소 등의 유기농 농산물을 비롯해 와인, 잼, 각종 양념, 약초,
초콜릿, 맥주, 파스타, 치즈, 바베큐 구이, 정육, 샌드위치 등 서로 중복되지 않는 다양한 식품들을 팔기때문에
무료하지 않게 둘러볼 만하며 계속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Mast Brothers Chocolate
일전에 한번 소개한 바가 있던 '마스트 형제 초콜릿'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브룩클린의 윌리엄스버그 지역에 공장 겸 판매장을 가지고 있는 이 초콜릿 가게는, 뉴욕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카카오 원두부터 초콜릿 완제품까지 전 공정을 수공업 형태로 이루어내는 로컬 상점으로, 미국 내에서도 희귀한
형태의 초콜릿 가게다. 카카오 함량이 99%인 오리지널 다크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이전에 올린 마스트 형제 초콜릿 포스팅 글 보기



The Ravioli Store
롱 아일랜드 시티에 자리한 이 상점은 각종 파스타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흔히 상점에서 사다 먹는 딱딱한 형태의 포장품이 아닌, 오랜 반죽 후에 막 잘라낸 생 파스타인 것이다.
갓 뽑아낸 생 칼국수 면발을 떠올린다면 이곳의 생 파스타로 만든 요리가 어떨지 상상이 될 것 같은데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밀가루 역시 뉴욕의 로컬에서 재배된 유기농 밀을 사용한다고 한다.



Kombucha Brooklyn
'콤부차'라고 읽는 Kombucha는 원래 러시아에서 건너온 효모를 통해 발효된 차(茶)로, 러시아어로 '버섯차'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데 버섯도 일종의 효소인 셈이니 적당한 이름이다. 어떻게 차를 발효해서 마시지? 싶은데
생각해보면 김치도 된장도 모두 발효음식이니 이 역시 우리 몸에 좋을 성 싶다. 
이 차는 의약품으로도 사용되며 각종 비타민 등이 풍부해 일종의 만병통치약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있다. 



Zone 7
이 상점은 뉴저지의 Lawrenceville이란 마을을 거점으로, 인접한 펜실베니아와 뉴저지 지역의 작은 농장들에서
생산한 유기농산물들을 각종 레스토랑들에 납품하고 있는 일종의 조합적인 성격의 판매, 유통점인 셈이다.



Mother-in-Law’s Kimchi
뉴 암스테르담 마켓에서 만나는 반가운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음식 김치다.
맨하튼 내에 작은 공장에서 전로린씨와 그녀의 어머니 전영자씨가 정성을 들여 직접 만드는 김치로,
우리말 '장모김치'를 영어로 재미있게 명명했다. 헌데 대개 미국의 사위들은 장모와 사이가 안 좋다는데..
무엇보다 나는 한글 표기음을 붙인 김치 이름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Yulmu(열무)같은 경우 자생지 표기에 발빠른 일본 덕분에 영어로 Daikon radish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렇게 음식의 맛을 통해 널리 알려진다면 이 다음에라도 우리식으로 바뀌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 아닐까.
총각김치도 Batchelor Radish라고 이름 붙여두니 호기심이 생겨 왠만하면 잊어버리기 힘들어 보이고 말이다.

얼마 전 대량으로 김치를 샀던 터라 이 날은 맛만 보았는데, 이 날 사지 못한 것을 아내는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주로 첼시마켓이나 홀푸드같은 유기농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걸 보면 철저하게 미국인들 입맛을 공략하고자
김치를 만드시는 것 같다.
공식 웹사이트 주소 : http://www.milkimchi.com



Grill-A-Chef
팔짱을 낀채 외로이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이 남자의 이름은 Joshua Stokes다.
이 상점은 특이하게 진열된 상품을 찾을 수 없는데, 바로 조슈아 자신의 어드바이스가 이곳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종의 웰빙 요리 전도사로 이곳을 찾는 누구에게라도 자신의 요리 레시피를 무료로 전수해주고 있다.
특히, 생소한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형태의 음식을 만드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긴다.
그는 이곳 외에 첼시마켓에서도 자신의 요리 노하우를 선보이고 있다.
그의 웹사이트에 다양한 레시피들이 올려져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한번쯤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공식 웹사이트 주소 : http://www.grillachef.com



조슈아 쉐프네 상점 바로 앞에는 난데없이 여덟 상자의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포도가 쌓여있었는데



그 옆에 두 개의 오크통 놓여있는 것으로 미루어 조만간 작은 이벤트가 마련되려나 보다.



Bellwether Hard Cider
맨하튼에서 4시간 거리에 있는 Trumansburg에서 찾아온 이 상점은 애플 사이다를 판매한다.
이 상점의 사장은 프랑스 지역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가내 수공업 형태의 애플 사이다 제조에 영감을 얻어
뉴욕 북부 Trumansburg 지역에 사과 밭을 일구고 그 수확물로 음료를 만들고 있다.
전에 로컬 농장에서 막 가져온 뜨거운 애플 사이다를 마신 적이 있는데 처음 갖던 생각과 달리 정말 맛이 좋았다.
더불어 블루크랩을 쪄 먹을 때 물과 애플 사이다를 1:1의 비율로 쪄내면 그 풍미가 게에 그대로 스며든다. 



선글라스를 쓴 할아버지의 주도로 포도를 발로 짓이겨 즙을 짜내는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참가한 여성은 지나던 관광객이었는데 대충 물에 발을 씻더니 그대로 통 속에 들어가 포도들을 마구 밟았다.
남자 친구로 보이는 남성도 이후 함께 들어갔는데, 양말을 벗고는 씻지도 않은채 밟는 것이 아닌가.
그걸 보고는 도저히 저기서 만들어낸 포도주나 쥬스는 못 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Taza Chocolate
메사추세츠, 하버드 대학 인근의 Somerville에서 온 이 상점은 마스트 형제와 같은 초콜릿 상점이다.
마스트 형제 초콜릿 공장과 마찬가지로 도미니카 현지에서 생산된 카카오를 직접 수입하여 자신들의 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내는데, 초콜릿 매니아로서 이 맛을 안 볼 수가 없기에 시식 후 별도로 구입을 했다.
마스터 형제와 다르게 입자가 상당히 거칠어 마치 마사토를 입 안에 넣고 씹는 듯한 원시적인 식감이었는데
카카오 본연의 그윽한 향만큼은 마스터 형제 것 만큼 잘 살아있었다. 다만 설탕을 많이 가미해서인지 무척 달다.
대중적인 입맛을 고려해 쓴 맛도 많이 희석시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마스터 형제의 초콜릿에는 못 미친다.
테이블 하단에 보이는 큰 열매가 바로 카카오 열매로, 실제 본 것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대단히 크다.



Home / Made
브룩클린에서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 상점은 다양한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로컬에서 생산된 신선한 재료로 브런치, 디너 음식을 제공하며 점심 메뉴는 없다.
식당 주소는 293 Van Brunt St. Brooklyn, NY 11231.

맛있게 시식만 하고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한 가게도 많으니 꼭 뉴 암스테르담 마켓을 가보길 권한다.
저렴한 비용에 샌드위치나 바베큐 등 먹거리를 사서 한 켠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분위기있게 식사할 수 있으니
출출해지는 점심시간에 찾는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다.

뉴 암스테르담 마켓은 맨하튼 남쪽의 항구인 사우스 씨포트 스트릿에 자리하고 있는데
정확히는 FDR과 연결되는 East River Dr. 고가 바로 밑에서 매년 정해진 기간 중 일요일마다 열린다.
대개 그 기간은 가을부터 초겨울까지로 올해는 9월 12일 ~ 12월 19일로 잡혀있다.
지난 8월 22일에도 시장이 열리긴했는데 공식적인 기간은 위에 기재한 바와 같으며 시간은 8AM~7PM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소 : 241 Water Street New York, NY 10038-2016
웹사이트 :
http://www.newamsterdammarket.org/about.html


그리고 Fulton Stall Market

뉴 암스테르담 마켓과 지척에는 마찬가지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Fulton Stall Market이 있는데
이곳 역시 일요일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1822년에 처음 개장된 이 시장은 이후 흥망을 거듭하다 1983년 지금의 건물 앞에 자리하게 되었다.
원래 이곳의 명물이었던 Fulton Fish Market은 2005년 브롱스의 Hunts Point로 이전을 한 상태다.



이곳에는 대략 15개의 상점이 있는데 뉴 암스테르담 마켓과 같이 농산물이나 치즈같은 식품을 팔기도 하고
간혹 목걸이나 반지, 조각 등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대할만한 수준의 시장은 못되고 그냥 걸으며 구경하기에 족한 정도다.





그나마 풀턴 스톨 마켓에서 탐이 나는 손거울 하나를 눈여겨 보게 되었는데
클림트의 그림이 뒤에 인쇄되어 있는 것으로 핸드백에 하나쯤 넣어다니면 금새라도 센스쟁이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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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10. 8. 27. 11:17
지난 7월, 여름 물놀이로 델라웨어 강엘 갔었는데 마침 독립기념일 연휴라 인근에 있는 한 마을을 찾았다.
지리적으로 필라델피아에 속한 이 마을의 이름은 Peddler's Village로 마치 유럽에 온듯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특히 마을을 둘러싼 다채로운 상점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 그 중 한 캔디 가게에 들어서게 되었다.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마을 중앙 잔디밭에 모인 페들러 마을 사람들

미국에 온 이후로 내가 본 캔디 가게 중에서는 제일 큰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게에서 취급하는 각종 캔디, 초콜릿, 젤리 같은 품목의 종류만도 족히 천 여 가지는 넘는 듯 했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캔디류를 한 자리에 모았다해도 과언이 아닐 그곳에서 맘에 드는 캔디 하나를 샀다.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바나나맛 프랜치 츄 태피'가 그것으로,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에 넣어둔 채 깜빡
잊어버리고 있다가 어제서야 비로소 발견하고는 그 맛을 보게 되었다.



단지 포장지 디자인이 맘에 들기에 고른거라 어떤 맛일지 우선 궁금했다.
크기는 30센티 플라스틱 자 정도의 세로폭에 오징어 몸통 정도의 두께를 가지고 있었는데
포장을 벗기니 왠지 색상이나 질감이 우리나라의 울릉도 호박엿과 비슷해 보인다.



한 입 베어 물어 보는데 그 식감의 쫀득거림과 늘어남이 호박엿과 꼭 같을 뿐더러
끈적이지 말라고 겉에 뭍혀둔 흰색 전분 가루까지 역시나 호박엿을 닮아있었다.
바나나 향만 입혔을 뿐이지 그 향만 빼면 완전 호박엿이다!

혹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이 한국에서 먹은 호박엿을 못 잊어 재현해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포장지에 인쇄되어 있는 웹사이트 주소로 들어가 이 캔디의 제조 역사를 들추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울릉도 호박엿과는 다른 개발품으로, 그 역사가 벌써 100년을 넘어섰다.
포장지에 적힌 Doscher's Famous 문구의 Claus Doscher가 바로 이 창업자의 이름으로,
클라우스는 1865년,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서 캔디 상점을 운영하던 삼촌들을 도우러 독일에서 건너오는데
그로부터 6년 뒤인 1871년,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딴 Dosher's Candies라는 캔디 상점을 열게 된다.

하지만 삼촌들처럼 단지 도매상으로 운영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캔디를 제조해 판매할 꿈을 갖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 중 하나가, 미국의 프로야구가 막 성장할 무렵 신시네티 레드스타킹스 구장에서 판매했던
카라멜을 씌운 팝콘이다. 카라멜 팝콘으로 가장 유명한 브랜드인 Cracker Jack이 1893년에 만들어졌다니
어찌보면 클라우스의 카라멜 팝콘이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1890년대 후반, 유럽을 중심으로 특히 프랑스 남부에서 한창 인기몰이 중이던 새로운 캔디가 있었으니
바로 설탕을 녹여만든 Teffy라 불리는 무른 사탕으로, 클라우스가 이 테피를 본인만의 레시피로 만들게 된다.
초기에는 주물에서 찍어낸 큰 형태의 상품을 상점에 배달한 후, 다시 이것을 잘게 조각 내 파운드 단위로 팔다가
이후 지금의 막대기 사이즈로 포장지에 넣어 The French Chew라는 이름으로 팔게 되었다고 한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제조한 설비에서 여전히 The French Chew를 만들어 내고 있고
혀를 다시는 개구진 아이의 얼굴이 인쇄된 포장지 디자인 역시 변함없이 쓰고 있다고 한다.
다만, 100년 간 바닐라맛, 초콜릿맛, 딸기맛 이렇게 세 가지 맛의 캔디만 만들던 것을
최근에 바나나맛을 특별 시즌에 한해 생산하고 있다는데, 이런 시즌 상품에는 할로윈에 판매되는 사과맛과
크리스마스에 주로 판매되는 박하맛이 더 있다고 하니, 내가 산 것은 비교적 최신 상품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엿에 비하면 나이로 따졌을 때 한참 아기도 안되는 신상품이지만
그래도 지구 반대편에서 내 나라의 고유 음식과 꼭 같은 맛을 본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다음에 또 보게 된다면 모든 맛을 종류별로 다 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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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10. 8. 16. 09:26
토요일 오전 내내 빈둥거리는 게 보기 싫었던지 아내가 챌시마켓에 가자고 한다.
마침 막 심심하려고 하던 터라 얼른 머리를 감고 옷을 챙겨입고선 집을 나섰다.

옷 가게, 서점, 쵸컬릿 상점 등을 구경하고 생선 가게에서 생선회와 크램 차우더 스프로 허기도 달랜 뒤,
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완소 주방용품 가게를 발견한 덕분에 뚜껑이 달린 고풍스런 유리병 2개와 수저 받침,
그리고 손쉽게 야채를 다질 수 있는 Chopper 하나까지 총 $19에 구입했다.

남은 시간 동안 무얼할까 하다 그 옆에 자리한 High Line을 걸어 보기로 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지가 작년 이 맘때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한번도 이곳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근처를 지나는 경우는 많았는데 그때마다 어딘가로 향하고 있던 도중이라 어찌 한번 걸어보질 못했다. 

하이라인은 간단히 말해 북부 뉴욕에서 화물을 수송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 지상 철도로,
이것을 허물지 않고 시민들이 거닐고 쉴수 있도록 공원으로 개조해 작년에 공개한 바 있다.
자세한 내용은 작년에 내가 쓴 글에서 볼 수 있다.
 High Line에 관한 지난 글 -> 천공의 공원, High Line  



아내와 함께 접근한 곳은 14가로 그곳에 마련된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실내를 노란 시트지로 붙여 두었는데 위 사진에서 보듯 밍밍한 유리보다는 재미나다.



물론, 1억 달러 이상이나 이곳에 투자되었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어지진 않지만
막상 두 눈으로 보며 걸으니 신문이나 TV에서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이 있는 듯 하다.
그 종이 다양하진 않지만 도심에서 흔히 보는 식물들이 아닌지라 나무들 보는 재미도 있고 말이다.



또 조금이나마 높은 각도에서 도심을 내려다 보는 재미도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교탁 위에 올라서서 한 마디씩 외치라고 권유하면서
'조금만 각도를 달리해서 사물을 바라보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 이 정도의 말을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도시에서 살다보면 종종 이 말의 속내를 절감하게 된다.
조만간 관광객들이 주로 타는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맨하튼을 한번 돌아봐야 겠다.



하이라인 공원 내에서 내 눈을 끄는 것 중 하나는 벤치였다.
다양한 형태의 벤치들이 공원 곳곳에 만들어지거나 배치되었는데, 그 중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옛 철도를 그대로 보존한 채 마치 작은 기차가 연상되도록 나무로 제작된 벤치에 바퀴를 달아두었다.
물론, 뒤쪽에 고정된 기둥이 있어 움직일 순 없었는데 움직이게 해 두었어도 꽤 재미있을 뻔 했다.
특히 이곳의 벤치들은 등받이가 있고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을만큼 폭이 길고 넓어 비교적 인기가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소세지 나무'다.
실제 학명이나 흔히 부르는 명칭이 있겠지만, 이렇게 부를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아 한번도 찾아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실수로 보면 모를까 굳이 애써가며 찾아보진 않을 생각이다.
소세지 나무, 소세지 나무, 소세지 나무, 소세지 나무, 소세지 나무, 소세지 나무, 소세지 나무, ... 아, 좋다! 





위 사진은 대략 17가 즈음에 있던 곳으로, 공연장을 바라보는 것처럼 계단식 벤치를 만들어 두었는데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 앞에 세워진 대형 유리창으로 통해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전경을 볼 수 있다.





비록 폭도 좁고 등받이도 없지만 인상적인 외형을 지닌 벤치와 최소한의 공간 만을 남겨두고 심어진 나무들.
특히 하이라인 내 17가부터 18가 사이에 놓인 벤치들은 FSC(산림관리협의회) 인증의 IPE 나무(브라질 자생)를
재료로 만들었다고 한다. 뛰어난 강도를 자랑하는데다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은회색으로 변하는 속성을 지닌
목재니 방문할 사람은 눈여겨 보고 앉아볼 필요가 있겠다.  









위 사진은 현재 공사 중인 섹션2 구역의 모습으로 섹션 1이 끝나는 20가에 철망으로 가로 막혀 있다.





예전에 시골에서 보던 아주까리 열매와 닮았는데 아무래도 전혀 다른 식물인듯 하다.
나무나 풀들의 이름을 푯말로 만들어 두었다면 부모와 아이들이 더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을까 싶다.



역시 철도와 굄목를 없애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정원으로 활용한 모습 



위 사진은 The Standard 호텔 아래를 지나는 구간으로, 애초에 호텔이 하이라인을 허물지 않고 지어진 덕분에
저 건물 밑 부분에는 시원스런 그늘이 드리워지고, 그 공간에 아래 사진에서 보듯 운치있는 접이식 의자를 가져다
두어 간단하게 점심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 유용하게끔 디자인 되었다.





Gansevoort 스트릿으로 향하는 하이라인의 남쪽 공원 풍경





하이라인의 공식 엠블램도 그렇지만 위의 사진에서 보듯, 공원 내 펜스 디자인 역시 철도의 모양에서 그 형태를
가져왔다. 공원 곳곳을 조심스레 살펴보다 보면 초기 계획 단계부터 하나의 중심적 컨셉 아래, 파생되어지는
것들이 통일성있게 어우러지도록 디자인되었음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가 있다.
이런 필요와 기능 위에 올라선 철학과 사고가 문화를 이루는 힘이 아닐까 싶다.



남쪽 하이라인이 끝나는 Gansevoort 스트릿 동쪽 풍경 



그 반대편으론 허드슨 강 너머로 멀리 뉴저지가 바라 보인다.





아내가 그저께 새로 구입한 블랙베리로 찍어준 사진인데 내 사진기 보다 나은 것 같다.
당연 실력차이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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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10. 4. 23. 04:25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최근 작, Terminator Salvation의 촬영을 담당했던 Shane Hurlbut 감독이
캐논의 DSLR 카메라, 5D Mark II 만을 사용해 멋진 영상 하나를 만들어냈다.
필름 카메라의 퀄리티를 넘어서는 것도 놀랍지만, 스토리가 전하는 감동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다.

The Last 3 Minutes 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흔히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들이 "그 순간, 인생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더라!"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한 사람의 3분 간의 소중한 기억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잘났거나, 못났거나, 배 부르거나, 배 고프거나, 그 어떤 인생도 저 마다의 소중한 추억이 있고,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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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10. 4. 13. 16:18

지난 주 갑작스럽게 치솟은 날씨는 화씨 93도(섭씨 33도)의 여름 날씨를 기록하고 말았다.
동일한 날짜에 기록된 기온으로 90년 만에 최고치라니, 4월까지 눈이 오기도 하는 동부에선 참 흔치않은 일이다.
급기야 반바지에 반팔 셔츠를 입는 것으로 모자라 창고에 박혀있던 선풍기를 일찌감치 꺼내 놓았는데
왠걸, 겨울 옷들을 정리해 넣은 것이 무색하게 한 이틀 정상적인 기온으로 곤두박질 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미친 날씨에 당한 것은 나만이 아니어서, 주변 자연들 역시 성급하게 꽃망울들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주말을 맞이한 센트럴 파크에는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장관이 물결을 이루기 시작했다.

105가 동북쪽 센트럴 파크에 위치한 Conservatory Garden은 그 어느 곳보다 봄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좋은 날씨 탓에 프랑스 정원, 이탈리안 정원, 영국풍 정원 모두 다 사진기를 든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아래 보이는 4장의 사진들이 Conservatory Garden 중앙에 위치한 이탈리안식 정원이다.









지난해 11월 18일, 막 겨울이 찾아왔을 무렵 Conservatory Garden의 프랑스식 정원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십 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그 곳에 알이 굵은 튤립 씨앗을 심고있는 것을 보고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내년 5월이면 만개한 튤립 꽃들을 볼 수 있을 거라던 그 씨알들이 얼마나 자랐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봄이 일찍 찾아온 탓일까, 4월 중순이 채 되기 전인데도 많은 튤립 꽃들이 지난 5개월 간의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땅 밖으로 수북히 솟아 올라왔다. 완전히 만개하려면 자원봉사자 할머니의 말대로 5월이나 되어야 할 테지만,
그래도 작은 꽃봉오리는 또 그 나름대로 갓난 아기같은 해맑은 아름다움이 있다.







Conservatory Garden의 영국풍 정원은 다른 두 곳과 달리 다듬어 지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뽐낸다.
다양한 종의 나무와 풀들이 두서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군락을 이루며 자라지만 인공적인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곳의 풍경을 더 좋아할테고, 특히나 봄 철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 총천연색의 꽃들이 마치
정규 방송 전의 화면조정시간을 시청하듯 찬란하기 그지없다.







봄이 오니 센트럴 파크 전체에 활기가 살아난다.
지리한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오니 남녀노소 만물들이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마는
나이를 먹을수록 계절 바뀌는 소리가 귓전이 멍할 정도로 후려치듯 빠르게 지나가니 내심 두렵기도 하다.
또 십여년이 지나면 그때는 새해 바뀌는 소리가 그러할테니 지금의 봄을 맘껏 즐기는게 내 도리인 걸까?










봄이 오면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녘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 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 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빛 고운 숲 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묻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녘에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녘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노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 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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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10. 4. 1. 06:27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동영상 하나에 그만 폭! 빠져들고 말았다.
별다른 대사나 줄거리 없이 원숭이로 추정되는 노란색 인형을 통해 상황을 재미있게 표현한 영상인데
채 3분이 안되는 영상을 끝까지 봐도 당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이건 무슨 상업 광고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화 트레일러도 아닌 것이, 궁금증만 잔뜩 자아내게 했다.
뭔가 나름의 꿍꿍이가 있는 거 같은데..



도대체, 누가, 왜, 어쩌자고! 이렇게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맹랑무쌍한 영상을 만들었을까?
영상의 제목으로 검색된 정보들을 살펴보니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위 영상은 Mr. Oizo라는, 1974년 프랑스 태생의 Quentin Dupieux이란 본명을 가진 일렉트로 하우스 뮤지션이
만든 것으로, 그의 가명인 Oizo는 프랑스어로 '새 Bird'라는 뜻의 'Oiseau'에서 따왔으며, 일찌기 1999년 발표한
Flat Beat라는 곡으로 유럽에서 대 히트를 기록한 바가 있다.

Flat Beat는 비교적 단순한 베이스 비트로 가득찬 춤추기 좋은 음악인데, 이 곡을 위한 뮤직 비디오에 처음으로
위 영상에서 본 노란 원숭이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후에 그가 직접 연출을 담당한 리바이스의 TV 광고 시리즈에도
Flat Beat이 배경 음악으로 쓰이면서 다시 한번 이 원숭이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의 이름이 바로, Flat Eric이다.



Mr. Oizo의 이전 작품에도 모습을 보이는 이 캐릭터는, 원래 리바이스 광고의 오리지널 스토리에서 이 원숭이를
자동차가 즈려 밟고 지나가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기에 Flat이란 이름을 붙인건데, 비록 그 아이디어는 퇴짜를
맞았지만 Flat Eric이란 이름은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 귀여운 원숭이 에릭을 만든 곳은 다름아닌, 세서미 스트릿 Sesame Street 으로 너무나 유명한
인형 제작자인 Jim Henson의 Creature Shop의 작품으로, 원래는 Mr. Oizo가 자신의 음악 Flat Beat을 위해
직접 제작한 Stéphane이라는 이름의 원숭이 인형을 리바이스 TV 광고를 위해 같은 컨셉 아래 재 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Flat Beat 뮤직 비디오에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이 인형은 Stéphane이라 불렸다는 얘긴데, 결국
리바이스가 자신들의 TV 광고에 등장시키면서 보다 인터내셔널한 이름을 원했기때문에 프랑스 이름이 아닌
영문 이름으로 리네이밍하게 된 셈이다.

암튼, Mr. Oizo는 인형 제작을 위한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꽤 까다로운 요구를
했던 것 같은데, 처음 만들어진 에릭에 대해 세서미 스트릿의 개구리 인형 Kermit
너무 흡사하다고 퇴짜를 놓고, 이후 보름에 걸쳐 다시 만든 인형은, 작지만 웃음을 유발해야
하는 컨셉과 너무 동떨어진다는 이유로 돌려보내고, 결국 네번의 수정이 있은 다음에야
OK 사인을 보냈다고 하니, 꽤나 까칠한 성격인듯...

현재 에릭과 관련한 모든 캐릭터 소유권은 Mr. Oizo가 가지고 있으며, 꾸준히 그의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영상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세트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누르는 것이 Mr. Oizo의 새 음악을 위한 
암시였던가 보다. 결국 영상은 일종의 티저광고였던 셈이다.

아래 영상들은 Mr. Oizo의 에릭이 등장하는 리바이스 TV 광고와 이전의 뮤직 비디오 영상이다.
밑에서 두 번째 뮤직 비디오를 보면 지금과 달리 귀가 달린 예전의 에릭을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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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10. 3. 23. 06:41
며칠 전, 즐겨찾는 디자인 사이트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사진 한 장을 맞닥뜨렸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두 명의 남자가 한 가게의 프론트 데스크에 서있는 모습이었는데
별 다른 설명없이 몇 장의 사진만 나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끈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욕구가 치밀었다.
사진에 담긴 Mast Brothers Chocolate 이라는 단어로 구글링을 하니 다행히 가게가 뉴욕에 위치해 있다.



뉴욕 브룩클린의 윌리엄스버그에 위치한 이 가게의 정확한 이름은 Mast Brothers Chocolate Factory로,
평일에는 홀세일만 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주말인 일요일에만 개방된다고 해서 부러 시간을 맞춰 그곳에 도착했다.
가게가 들어선 동네가 제법 황량한 공장지역이긴했지만 곳곳에 흥미로운 샵들이 꽤 즐비했고,
날씨가 좋아서인지 문을 활짝 열어두었는데 문 양옆으로 부대를 세워 고정시킨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부대는 쵸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 열매가 담긴 것으로, 가게 안에서도 십 여개의 부대를 더 볼 수 있었는데
주로 베네주엘라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들여온 것이라고 한다. 물론 공정무역거래 상품이다.



아래 그릇에 담긴 것이 바로 카카오 열매다.
이미 로스트 된 것으로 손가락으로 비비면 땅콩처럼 껍질이 떨어져 나가고 진한 쵸콜릿색의 속살이 보인다.
코에 대고 맡으면 쵸콜릿 본연의 향이 나는데 약간 시큼하면서 쌉싸름한 풍미가 함께 일어난다. 



가게는 크게 공정을 담당하는 조리실과 판매를 위한 디스플레이 영역으로 나뉘는데,
아무래도 홀세일을 하는 곳이다보니 프론트 데스크가 있는 곳은 문 입구에 굉장히 협소하게 자리하고 있다.
아래 사진에서 맨 앞쪽에 보이는 것이 완성된 제품을 진열한 판매대이고 그 뒤로 한 점원이 가공이 끝난
쵸콜릿을 금박지에 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옆에 쌓인 박스는 제품 출하를 위한 패키지이다.



판매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쵸콜릿들을 별도로 맛볼 수 있도록 시식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곳에서 만들어내는 쵸콜릿 중 제일 적은 카카오 함량이 72%이다보니, 처음 다크 쵸콜릿을 먹는 사람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쌉싸름한 맛과 향이 미각을 자극해 자칫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아내가 맛을 본 쵸콜릿은 카카오 함량이 86% 짜리였는데 자기는 도저히 못 먹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명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카카오 함량은 32%, 56%, 72%, 86% 그리고 99%로 구분된다.
물론, 이 가게에서도 99% 제품을 만날 수 있는데 쵸콜릿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선뜻 맛보기가 꺼려지는 수치다.
최근 기사를 보니 우리의 고추장도 그 매운 성분인 펩사이신을 수치로 체계화시켜 세계화를 위한 발판을 만든다는데
쵸콜릿의 카카오 함량처럼 외국인들도 손쉽게 자신이 선호하는 매운맛을 기준으로 상품을 고르면 좋을 듯 하다.



이렇게 완성된 제품들은 아래 사진과 같이 진열대에 종류별로 가지런히 전시 판매가 되는데
이 가게의 패키지 디자인이 또한 제법 유명해서 관련 계통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종사자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좋은 소스로 자리매김했다. 혹시 국내 사이트에서 Mast Brothers Chocolate Factory에 관한 내용을
볼 수 있을까 싶어 네이버 검색을 했었는데, 비록 이곳을 다녀간 방문기를 볼 수는 없었지만, 패키지 디자인과
관련해 이곳 쵸콜릿 포장지 사진들을 모아둔 블로그를 몇 개나마 찾아 볼 수 있었다.



가게 이름에서 짐작되듯이 Mast Brothers Chocolate Factory의 주인은 두 명의 Mast 형제다.
본격적으로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한지는 몇 년이 채 안 되었지만, 그 사이 쵸콜릿에 있어 최상의 맛이라는 평가와
함께 별 다섯 개의 점수를 따내었고, 지금은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과 까페에 자신들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더불어 이곳은 뉴욕에서는 유일하게 카카오 열매를 로스트 하는 것부터 제품의 포장까지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만
이루어내는 소위, 영혼을 담아내는 쵸콜릿 가게로 뉴요커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두 형제 중, 형인 Rick Mast는 원래 자신의 고향인 아이오와에서 뮤지션을 꿈꾸던 사람으로
진학을 앞두고 The Institute for Culinary Education를 선택함으로써 본격적인 요리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실습을 시작했는데, 이미 재학시절부터 품고 있던 쵸콜릿에 대한
매력은 끝내 그로 하여금 일반적인 요리사의 길이 아닌, 쵸콜릿의 세계로 뛰어들게 만든다.

브룩클린에 있는 Jacques Torres라는 쵸콜릿 가게에서 일을 시작한 릭은 이곳에서 쵸콜릿의 모든 것을 배운 후,
이제는 자신만의 쵸콜릿을 만들고 싶다는 야망을 품고, 뉴욕에서 독립영화 제작 일을 하던 동생, Michael Mast에게
함께 쵸콜릿 제조, 판매 사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2001년 11월, 두 형제는 동생 마이클이 쓰던 브룩클린 그린포인트의 한 아파트에 Mast Brothers Chocolate이라는
가게를 설립하고 형은 쵸콜릿 제조를, 동생은 회계일을 담당하여 이후 몇 년간의 성공적인 사업을 발판으로 현재의
위치에 가게를 확장 이전해 브룩클린의 명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 시켰다.

아래 사진들은 Theselby.com에서 가져온 이미지들로 이 가게의 쵸콜릿 제작공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형인 Rick Mast가 카카오 원두를 선별한 후, 오븐에 넣어 카카오 열매를 로스트하는 모습


로스트 된 카카오 열매를 분쇄한 후, 고운 가루만을 걸러 반죽을 한다.


일련의 공정을 거쳐 카카오 원료가 틀 안에 구워져 1차적인 쵸콜릿의 원형을 갖춘다.


1차 가공 쵸콜릿을 여러 성분과 함께 녹여낸 후, 성형틀을 이용해 실제 쵸콜릿 상품으로 만들어 낸다.


갓 만들어진 쵸콜릿 바는 최종 패키징 단계를 통해 상품으로 완성되어 진다.

Mast Brothers Chocolate Factory에서 판매되는 쵸콜릿 바의 가격은 개당 $7이며, 3개를 동시에 사면 $1이 할인된
$20에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홀세일이 아닌 개인에게 판매되는 가격으로, 서두에 말한바와 같이 일요일에
한해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으며 오직 현금만 받는다.



내가 구입한 쵸콜릿은 마다가스카르의 한 농장에서 수입한 카카오 열매로 만들어진 것으로,
72%의 카카오 함량을 가지고 있으며, 그 제조일자가 내가 방문한 날인 3월 21일로, 손글씨로 적혀있다.
재미있는 것은 제조일자를 Date of Birth로 표기해 마치 쵸콜릿에 생명을 불어 넣은듯 보인다.



속지는 화려하면서 얇은 금박지를 쓰는데 쵸콜릿의 홈이 드러나도록 정성스레 손으로 눌러놓았다.



쵸콜릿의 재질이나 강도는 아래 보는 바와 같이 크레파스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맛은 물론 약간 쌉싸름하지만 그 깊이와 향의 풍미는 시중의 어떤 쵸콜릿과도 다른 원시성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뒤에 밀려오는 아련한 기억은 참 기분을 편안하고 좋게 만든다.




Mast Brothers Chocolate Factory의 주인 릭 마스트는 유기농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올가닉, 그것은 또 하나의 브랜드일 뿐입니다."

건강과 환경의 문제가 만연한 지금, 유기농은 필요를 넘어 시대적인 유행 아이콘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다소 거칠지만 최소한의 자연에 가까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선한 이들의 소망이 어느새 이익만을 좇는 대형
유통회사의 먹음직스런 먹이가 되어 슈퍼마켓 진열대에 보기 좋게 놓여져 있는 것을 보면 참 의아하다.
이것은 내게 약과 마약을 함께 파는 약국을 너무나 쉽게 연상시킨다.

누구의 강요나 권유도 없이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태어나고 있는 곳이 바로 브룩클린의 윌리엄스버그 지역이며
이곳에는 예의 Mast Brothers Chocolate Factory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가게들이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래 사진이 Mast Brothers와 함께 자리한 이 지역의 대표적인 소규모 수공업 가게의 주인들이다.
뉴욕 타임즈는 이런 새로운 문화를 'Brooklyn’s New Culinary Movement'라는 이름으로 기사화 한 적이 있다.
앞으로 이런 가게들을 찾아가 하나 하나 소개해 보려 한다.



↓ 최근 Vimeo에 올라온 마스트 브라더스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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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10. 1. 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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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10. 1. 1. 02:41
TV에 등장하는 생활 속 달인들을 보면 봉투 붙이기부터 음식 나르기, 포장하기까지 참 그 분야도 다양하다.
마치 서커스처럼 오랜동안 한 가지 패턴의 행동을 반복적으로 몸에 익혀야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으로
비록 그것을 통해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거나 대단한 재산을 일구어 내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나는 내 분야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자문해보니
그 자체만으로 그들이 얼마나 열정어린 삶을 살고있는지 깨닫게 됨과 동시에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아무 생각없이 낄낄거리며 보던 영상에 뒤통수를 얻어 맞은 것만 같은 느낌인데
아무튼, 2010년 새해에는 나도 달인까지는 못되어도 준달인 정도는 될 각오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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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09. 12. 8. 17:37
올 봄, 산책겸 들른 회사 근처 화원에서 장미 화분 하나를 입양했다.
'Sunblaze'라는 품종의 미니어쳐 장미로, 이미 온실 속에서 충분한 수분과 완연한 봄 햇살을 듬뿍 머금은 터라
곳곳에서 틔운 작은 꽃봉오리들이 여간 탐스러운게 아니었는데, 작지만 어딘가 도도해보이는 그 매력에 빠져
애초에 찜해두었던 허브는 까맣게 잊은채, 덜컥 이녀석을 사고 말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자인 아내가 더 좋아할 것 같아, 한껏 기분을 내어 집에 오자마자 선물로 안겨 주었는데
아내는 아침 저녁으로 감탄하는 역할만 담당할뿐, 역시 집 안에서 식물을 가꾸는 것은 오래전부터 나의 몫인지라 
또 하나의 소일거리가 늘어버린 셈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우리집 창문이 동이 틈과 동시에 햇살이 쏟아지는 방향이라 창가에 내놓는 것만으로도 별 수고없이
장미는 연일 꽃을 틔우고 지고를 반복했었는데, 슬슬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이 되니 스스로 바깥 기온을 감지한
탓인지 아무리 가지를 정돈해주어도 새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가 보이질 않았다. 어차피 연약한 장미나무니까
올 겨울을 이기고 다가올 봄까지만 살아준다면 그것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화분에 물을 줄때마다 미친사람처럼
장미에게 말을 건네곤했는데... 어라?! 장미나무가 또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물론 나의 정성어린 보살핌에 감동한 장미가 결초보은의 심정으로 꽃을 틔운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다소 쌀쌀해진 날씨에 가동을 시작한 건물 내 히터의 열기가 햇빛을 대신한 성장 동력이 된 성 싶다.
그래도 한편으론, 얼마 전 읽은 '기적의 사과' 영향인지, 비록 식물일지라도 정성들여 보살피면 그 사람의 마음을
백분은 이해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엄동설한의 이 계절에 싱그런 녹색 잎 사이로 빨갛게 피어오르는 꽃봉오리를 보고있으니
마치 환갑을 넘긴 노년에 귀한 늦둥이 자식을 얻은 것마냥 마음이 금새 새초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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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09. 11. 19. 13:40
독서를 핑계삼아 집 앞 센트럴 파크를 찾았다.
하지만 벤치에 앉아있기에는 제법 스산한 날씨라 본의 아니게 산책을 하며 책을 읽어야했는데
한눈을 팔며 걷다보니 어느새 이스트 센트럴 파크의 Conservatory Garden까지 와 버리고 말았다.

이곳은 센트럴 파크 내에서 가장 인공적 조형미가 돋보이는 곳으로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누어 각각 다르게 부르는데
프랑스식 조경의 The North Garden과 이탈리안풍의 The Central Garden 그리고 영국풍의 The South Garden이
바로 그것이다. 꽃이 만발한 봄과 여름에는 이곳의 경치에 이끌려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헌데 초겨울을 앞둔 이 계절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The Central Garden에서 분주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시기 상으로 볼때 내년을 위해 땅을 뒤엎는 것이리라 생각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무언가를 심는 모양새다.
하지만 씨앗이라고 하기에는 제법 큼직한 것이 적어도 자잘한 양파 정도의 크기는 되어 보였다.
곧 추위가 몰아칠텐데 지금 씨앗을 뿌려 어쩌자는 것인지 몹시 궁금해져버렸다. 





그래서 한참 일에 열중이신 한 할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지금 심고있는 것이 튤립꽃의 씨앗이라고 한다.
어!, 튤립은 주로 봄에 피는 꽃인데 지금 심으면 겨울에 피어오르냐고 재차 물었더니
튤립은 오랜 시간 동안 씨앗으로부터 성장하기 때문에 내년 봄을 위해 지금 심는 것이고
내년 5월에 이곳에 오면 수천송이의 오색찬란한 튤립꽃들을 만나볼 수 있을거라고 친절히 답을 준다.



난 이제껏 튤립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땅에서 보낸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뿐더러, 이런 공원의 꽃들은 제철에
각 지역의 화훼농장에서 대규모로 사들여 옮겨심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간 공원을 거닐며 음미했던 아름다운
꽃들이 대부분 이렇게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씨앗에서 잉태된 것이었다고 생각하니, 내년에 피어오를 꽃들은 
이전보다 더욱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만 같다.




튤립이 절정에 달하는 5월의 전형적인 Conservatory Garden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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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09. 10. 1. 06:27
얼마 전, 뉴욕타임즈 기사를 보다 'For Kids, a Chance to Learn Millionaire Habits'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팬실베니아에 있는 한 어린이 캠프에서 백만장자의 습관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을 주제로 한 기사였는데
단지 돈 많은 부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치는게 아닌, 어떻게 돈을 다루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교육이었다.
많은 돈을 벌것 만을 강조하는 사회풍토 속에서 참신하게 느껴지는 아이디어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인간의 탐욕과 관련됨을 상기할 때 돈은 그 가장 중심에 있다.
날이 갈수록 세계 곳곳에서 빈부의 격차가 커져만가고 그로인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한 푼의 돈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지 돈을 많이 가진 것에 대한 증오로 죽임을 당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몇 푼 안되는 선의의 기부를 통해 오지의 사람들이 기아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도 하니
돈은 그 쓰임에 따라 사람들에게 죽음과 생명을 주고 뺏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What's missing?"
The answer is: Instructions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은 여러가지 주제 아래 개인, 혹은 그룹을 지어 게임에 참가하거나 교육을 받는데
아래 사진처럼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토론을 통해 발표하기도 한다.
대부분 아이들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슬프다', '배고픔', '실직'같은 다소 어두운 단어들로 표현하는데 반해
부유한 사람에 대해서는 '부유한', '세련된', '건강한' 등의 다소 긍정적인 단어로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은 다른 한편으로 돈이 있음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의 발전적인 가능성을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재미있는 것은, 부유한 사람에 대한 '간혹 나이스하지 않은', 'Dumb'같은 부정적인 표현도 찾아볼 수가 있는데
어른들 사회를 통해 비쳐지는 삐뚤어진 돈의 작용을 아이들 역시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내 이목을 끌었던 것 중의 하나는 쓰임의 목적에 따라 돈을 구분하는 교육이었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총 여섯 개의 유리병을 볼 수가 있는데 그 병에는 얼마 간의 지폐들이 들어있고
각각의 병에는 '생활비', '여유돈', '저축', '교육비', '여가비용', 그리고 '기부금'의 타이틀이 붙어있다.
이런 교육은 수입대비 지출을 무계획적으로 쓰는 것의 폐해를 방지할 뿐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미래에 대한
자신의 꿈이나 현재의 역할을 인식하게 하는데 무척 도움이 될 듯 싶다. 무엇보다 기부를 위한 몫을 따로
떼어두는 것을 보면서 일시적인 동정적 시혜가 아니라 남을 돕는 것마저도 계획적으로 생활화하도록 가르치는
모습에서 미국의 기부문화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훌륭한 것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되었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는 Financially Free 라는 비영리 민간 교육기관으로
이 곳에서는 Camp Millionaire 이외에 연령대와 성별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돈을 쓰는 습관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싶으면 아래 Financially Free LLC의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된다.

www.financiallyfreellc.com




사진출처 :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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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09. 6. 21. 14:30
요새 뉴욕에는 참 많은 비가 내린다.
간간히 볕이 들긴 하지만 벌써 2주째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늘같은 토요일은 집에서 밥 먹고 뒹굴뒹굴대다 허기지면 또 밥 먹는게 진정 삶의 낙인데
하필이면 이런 날 볼 일을 만든 바람에 정오 무렵 우산을 챙겨 집을 나서야만 했다.

다행히 볼 일을 마친 오후 5시에는 비가 그쳐 기분전환겸 거리를 조금 걷는 여유를 부렸는데
Chamber Street에 위치한 PS 234 초등학교 앞에서 그만 조각상 하나와 맞닥뜨려 버렸다.



바로 Tom Otterness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마치 솜씨좋은 이야기꾼이 그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실수로 길바닥에 흘리기라도 한듯
지하철 역이나 공원, 광장 그리고 빌딩 입구 등 뉴욕 곳곳의 허름한 곳에서 지나는 행인을 불러세우는데
맞은 편에 자리한 P.S. 234 초등학교에 기증된 작품이라 애들 깨나 들러붙었을 성 싶다.



Frog & Bee
Tom Otterness
1996


아래 이미지는 Tom Otterness의 스튜디오 웹사이트에서 퍼온 것으로
뉴욕에서 만날 수 있는 Tom Otterness의 작품들이 위치한 일종의 보물지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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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09. 6. 19. 23:35
타임스퀘어를 지나다 위를 올려다보니 커다란 파리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 살충제 광고를 위한 디스플레이겠거니 하고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엉?! 광고판 한 가운데 자동차가 매달려있다.



크라이슬러 계열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인 Jeep의 새 Wrangler 모델을 위한 광고판으로,
서핑 보드를 지붕에 올려 마치 파리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A new species from jeep'라는 카피로 광고 컨셉을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감탄한 것은, 저 넓은 광고판에 정작 강조되어야할 브랜드나 상품 이름은 잘 보이지 않고
크리에이티브한 면만 부각시켰다는 것과 누군가, "차를 한번 매달아 보면 어떨까?"라고 아이디어를 던졌을때,
그걸 상상만으로 여기지 않고 현실로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에이~ 그거 안될거야!"하고 지레짐작으로 포기되는 일들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던가.



Agency: BBDO Detroit, New York
Creative Director: Robin Chrumka
Art Director: John Ohea
Copywriter: Ty Hutchinson


↓ 같은 컨셉 아래 곤충 표본으로 크리에이티브를 살린 Wrangler Unlimited의 매거진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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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09. 6. 12. 06:40

지난 화요일엔 뮤지엄 마일 페스티벌에 들러 쿠퍼휴잇 디자인 미술관을 찾았다.
여느 미술관 건물과 달리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에 잘 가꾸어진 정원까지 마치 유명 귀족의 저택에 온듯한
느낌이었는데, 이곳에서 Design for a living world 라는 인상적인 전시 하나를 보게 되었다.



이 전시는 세계 각지에서 자라는 잠재성있는 천연재료를 이용, 다시금 일상적인 상품으로 디자인 한 것으로
총 열명의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직접 현장에 파견되어 재료에 대한 추출과 더불어 재료의 전통적인
쓰임새를 연구하고 자신들의 경험 아래, 보다 세련된 형태와 기능으로 상품화시킨 것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플라스틱과 같이 썩지않는 화학재료들이 만연한 시대에 의미있는 메시지라 여겨진다.

이런 글로벌 프로젝트는 많은 예산이 들기 마련인데, 이번 전시는 The Nature Conservancy 라는 단체와
각 미술관들의 협조 및 큐레이터의 노력으로 가능했다고 한다. 위 단체는 전세계적으로 자연환경 보존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총 5천만 헥타르의 대지와 8천 킬로미터 길이의 강을 보존해왔고, 미 대륙 전체는
물론, 30여 개국이 넘는 나라의 동물 서식지및 산림을 보호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이 단체에 속해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700명 이상을 상회하며, 후원자만도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 선정된 지역들 역시 이 단체에서 보존을 위해 꾸준히 지원하는 곳들이라고 전해진다.

2층에 마련된 전시관은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 각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실제 디자인된 상품과 더불어 천연재료가 전시 유리관 안에 놓여있고, 벽에는 해당 지역환경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그리고, 다양한 정보들과 작품을 만드는 공정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1  상아야자 씨를 이용한 보석 공예품



Ted Muehling / 산업 디자이너
주재료 : 상아야자 열매 씨 Vegetable ivory nut & 흑진주
원산지 : 폰페이, 북태평양 마이크로네시아의 군도

북태평양에 위치한 마이크로네시아에는 폰페이라는 작은 섬 나라가 있다.
이곳에서 흔히 자라는 상아야자 나무의 열매에는 커다랗고 단단한 씨가 들어있는데, 이 씨를 가공해서 만든
공예품은 이 지역 원주민들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이다. 디자이너 Ted Muehling은 코끼리 상아와 비슷한 
색상과 강도를 가지고 있는 상아야자 열매 씨와 이 지역의 또 다른 특산물 중 하나인 흑진주를 아름답고 정교한
보석 공예품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The Nature Conservancy에서는 폰페이 섬의 환경보호와 더불어 원주민들에게 농지관리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2  라즈베리 잼 나무를 이용한 다목적 도구



Stephen Burks / 산업 디자이너
원재료 : 라즈베리 잼 우드 Raspberry jam wood
원산지 : 곤드와나, 호주

라즈베리 잼 우드는 곤드와나 원주민들에게 나무와 열매 그리고 씨, 어느하나 버릴 것 없는 자연의 선물이다.
디자이너 Stephen Burks는 이 점에 착안해 라즈베리 나무를 이용한 다목적 케이스를 만들고 또 다른 재료들로는
오일 및 피부 로션을 만들어 친환경적인 건강식품 및 대체 의료품들을 디자인했다.
The Nature Conservancy에서는 곤드와나 지역의 생태계 복원에 지원하고 있다.


 3  친환경 코코아 백과 스틱형 그라인더



Yves Behar / 산업 디자이너
재료 : 코코아 패티 & 스틱형 그라인더
원산지 : 아미스타드 지역, 코스타리카 (농작물 경작, 에코투어)

코스타리카 남동쪽에 자리한 아미스타드 국립 공원지역에는 지금도 원주민 정착촌들이 모여있다.
이곳의 주요 생산품 중 하나인 카카오 열매는 선진국에서 수요가 높아 대부분의 수확량이 수출되어진다.
원주민들은 카카오를 가공해 코코아 패티를 만들어 먹는데 그 생김새는 우리의 약과와 비슷하다.

산업 디자이너 Yves Behar는 원주민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코코아 패티를 상품화 시켜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손쉽게 패티를 갈아 쓸 수 있도록 스틸 소재로 작은 원형 강판을 만들었으며, 그 상단에는 코코아 나무 가지를
잘라 붙여 단조로울 수 있는 스틸에 디자인적인 숨결을 불어넣었다. 또한, 충분히 갈려진 코코아 가루에 물을
부은 다음 휘젓는 데에도 이 강판을 사용하기때문에 스틱의 역할도 병행한다. 패티를 담는 주머니는 친환경적인
천 소재를 사용했으며 코코아를 타 먹는 방법이 뒷면에 인쇄되어 있다.

Yves Behar는 유명 기업들이 클라이언트로 줄을 설 정도로 이 계통에서 유명한 인물로, 상업적인 작업 외에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하고 IT 교육을 제공하자는 취지의 'One Laptop Per Child' 캠페인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The Nature Conservancy에서는 지역 원주민들에게 농작물 경작에 대한 기술을 전수하고 있으며,
경치가 뛰어난 국립공원인 이곳을 중심으로 에코투어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4  볼리비아 나무 합판으로 만든 의자



Abbott Miller / 전시 디자이너
재료 : 볼리비아 자생 나무 합판 (FSC certified)
원산지 : 산타크루즈, 볼리비아

벌목사업은 인구의 3분의 2가 절대 빈곤층인 볼리비아에 가장 큰 산업이다.
디자이너 Abbott Miller는 볼리비아의 산타크루즈에서 벌목된 나무의 합판을 이용해 의자를 만들었다.
합판 한 장으로 하나의 의자를 얻기 위한 디자인 설계의 결과로 최소의 자재로 디자인된 의자가 만들어졌다.
The Nature Conservancy에서는 볼리비아의 산림보존과 수출시장 지원 및 법률지원에 도움을 주고있다. 


 5  지피야파 풀을 이용한 가방



Paulina Reyes / 패션 디자이너
재료 : 지피자파 Jipijapa & 나무 (FSC certified)
원산지 : 과라요, 볼리비아

일명, 파나마 풀이라고 알려진 과라요의 서식식물인 지피자파는 이곳 원주민들의 주요 생계수단이다.
이 풀을 염색하거나 탈색하여 말린 후에 손으로 직접 짜서 모자나 가방 등의 수공예품을 만드는데,
유명 패션회사인 Kate Spade의 수석 디자이너 Paulina Reyes가 이 곳을 방문, 지피자파와 나무 공예를 이용해
보다 세련되고 패셔너블한 디자인의 가방을 창조해냈다.
The Nature Conservancy에서는 과라요 원주민들에게 기술훈련을 지원하고 있으며 수목관리를 돕고있다.


 6  연어가죽을 이용한 패션상품



Isaac Mizrahi
/ 패션 디자이너
재료 : 연어가죽
원산지 : 알라스카, 미국

연어는 알라스카 주의 대표적 수입원으로, 전체 직업의 47%가 이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식품으로 쓰이는 부분 이외에 버려지는 부산물들이 매해 엄청난 양에 달해 환경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모티브를 얻어 패션 디자이너 Isaac Mizrahi는 연어가죽을 이용한 패션상품들을 만들어냈다.
흔히 가죽이라고 하면 그 성질이 질긴 악어나 소, 뱀, 족제비같은 동물들이 손꼽히며 상대적으로 성질이 약한
물고기의 가죽은 실용적인 면이 떨어진다. 하지만, Isaac Mizrahi가 만든 구두나 패브릭을 보면, 적절한 탈색과
염색 그리고 다른 재료와의 혼합을 통해 당장이라도 거리에 입고 나가도 될만큼 상품성이 충분하다.
The Nature Conservancy에서는 알라스카 연안지역을 보호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7  치클 레이텍스 나무 수액을 이용한 응용재료



Hella Jongerius / 제품 디자이너
재료 : 치클 레이텍스 Chicle Latex
원산지 : 마야, 멕시코

치클 레이텍스는 우리나라의 고로쇠 나무처럼, 치코자포테 Chicozapote 나무에서 나오는 점성 높은 수액으로,
마야인들은 수천년 전부터 이 수액 일명, 치클이라는 성분을 요즘의 껌 대용으로 사용해오고 있다고 한다.
몇 해 전, 치클 성분이 함유된 껌이라며 TV를 통해 광고를 본 사람이라면 이 용어가 그다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디자이너 Hella Jongerius는 마야의 원주민들과 같은 방식으로 치코자포테 나무에 칼집을 내어 치클 레이텍스를
추출했고, 이 재료에 색을 넣어 색상에 변화를 주거나 일종의 접착제 형질로 혹은, 또 하나의 오브제 형태로
새롭게 치클 레이텍스의 활용범위를 넓혔다.
The Nature Conservancy에서는 마야 지역의 자원관리 및 산불예방 그리고, 에코 투어를 진행해오고 있다.


 8  천연양털을 이용한 러그



Christien Meindertsma / 디자이너
재료 : 양털
원산지 : 라바레이크 목장, 아이다호

디자이너 Christien Meindertsma는 감자로 유명한 아이다호, 라바레이크 목장에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기르는 양들의 천연 털을 이용해 러그를 짠 것인데, 양털로부터 실을 뽑는 과정을 손으로만 작업했으며,
양 한마리에서 얻어지는 3.5 파운드 무게의 털을 하나의 유닛으로 한 개의 육각형 모양의 러그를 만들었다.
각각의 육각형 러그들은 다시 하나의 러그로 완성되어 지는데, 두꺼운 실때문에 특수 제작한 방망이같은 바늘로
이 모든 작업을 완성해냈다고 한다.  
The Nature Conservancy에서는 아이다호의 지역보존에 힘쓰고 있다.


 9  대나무를 이용한 인테리어 가구



Ezri Tarazi / 하이테크 디자이너
재료 : 대나무
원산지 : 윈난성, 중국

디자이너 Ezri Tarazi에게 주어진 프로젝트 재료는 중국 윈난성의 대표적인 자원, 대나무였다.
하이테크 디자이너인 그는 관상식물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써 대나무를 활용하기 위해 생활 소품들을 재료에
대입해 잡지 걸이, 마치 피리를 연상시키는 스피커, 벽걸이형 TV 거치대, 와인 보관대, 여러 개의 눈이 달린듯
기묘하면서도 아름다운 스탠딩 조명 등을 디자인해냈다. 그리고, 대나무의 원통모양을 그대로 살린 비치용
의자는 실용적인 면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형태적인 아름다움은 무척이나 뛰어났다.
The Nature Conservancy에서는 중국 윈난성에 에코투어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생활에 있어 이 지역
주민들의 대나무 의존도를 낮추기위해 400여 마을에 총 1만 2천개의 바이오가스 화로와 고효율 난로 및 태양열
패널들을 공급하고 있다.


 10  단풍나무 원목을 이용한 테이블겸 벤치



Maya Lin / 디자이너
재료 : 적 단풍나무 (FSC certified)
원산지 : 존 리버, 메인

워싱턴에 있는 베트남 참전기념관을 디자인했던 Maya Lin은, 적 단풍나무를 찾아 메인 주의 존 리버 John River
로 떠났다. 천연의 자연으로 둘러 쌓인 메인은 미국 동부의 맨 북쪽에 자리해 캐나다와 그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으로, 대체적으로 겨울이 길고 여름도 서늘한 편이라 이곳에서 자라는 나무는 단단하고 곧게 자란다.
Maya Lin은 이곳의 적 단풍나무 중 목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부분들을 가지고 벤치를 만들었는데,
여러 나무의 형태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한 표면의 굴곡이 벤치를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The Nature Conservancy에서는 1990년 대, 이곳에 있는 460 평방 킬로미터 범위의 숲을 매입, 보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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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다보면 'FSC Certified' 라는 단어가 몇 곳에서 눈에 띈다.
좀 더 예민한 사람이라면 해당 용어가 항상 나무로 만든 작품에 붙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처음에는 나도 그게
뭔지 몰라서 찾아봤더니, 네이버 블로그 '이승호의 환경이야기' 코너에 아래와 같이 설명이 잘 되어있다.

FSC Certified 란?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는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지구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열대림의 파괴, 사막화 확대가
지구환경에 커다란 악영향을 준다고 인식하고, 지구차원에서 세계 모든 산림에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해야 한다는데 합의했다.

이러한 국제적인 움직임 속에서 1993년 민간 환경단체가 주도하고 사회, 경제단체가
균형있게 참여해 설립한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 산림관리협의회)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의 하나로 소비시장과 연계한 FSC 산림인증시스템을 도입했다.

FSC 산림인증시스템은 과거의 목재생산 위주의 자원 수탈형 산림경영을 탈피, 환경을 배려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경제적으로도 지속성을 갖는 환경 보전형 산림경영으로 유도하기 위한 인증이다.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제3자 기관(Smart Wood)이 적절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심사·인증하고, 인증산림에서 생산된 목재에는
인증마크를 부착해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차별화해 구입해 준다는 구상에 기초하고 있다.

즉,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인증 받은 임업경영체는 생산된 원목이나 목재제품에 인증을 표시하는 로고마크를
부착해 차별화하고, 수요자는 인증 원목이나 목제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함으로써 우량한 임업경영체를 지원한
다는 개념이다. 산림경영인은 물론 수요자가 함께 참여하여 지속가능하게 산림을 가꿔 가는 것이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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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09. 6. 6. 04:06
아내가 Worry doll이란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왔다.
헌데 메일 내용이 아무것도 없고 딸랑 웹사이트 주소 한 개만 적혀있다.

http://www.dontworryworry.com/

무슨 사이트 길래 주소가 이럴까? 하며 클릭을 했더니,
이건 무슨 구석기 인터넷시대에나 나옴직한 사이트가 하나 뜬다.
요즘처럼 플래시가 난무하는 세상에 이미지 한장으로 페이지를 만들다니...
처음에는 메뉴가 어디있는지 몰라 고민을 하고 있는데 낙서처럼 그려진 그림들이 '메뉴 버튼들임'이라고
친절하게 적혀있다. 결국 사이트에 관한 사연이 적힌 페이지를 보고나서야 주인장의 의도를 알게되었다.

이 사이트에서 소개하는 것이 바로 걱정인형 Worry dolls 이다.
걱정인형은 과테말라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불안감을 느끼거나
특별한 사고가 있을때 또는 우울할 때 그 이야기를 인형들에게
얘기한 뒤 베개 밑에 두면, 자는 동안 모든 걱정을 덜게 된다는 
전설적인 심리치료 인형으로 지금도 과테말라에선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 겁이 많은 어린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있다고 한다.
우리의 정서로 볼 때 우황청심환이라고 보면 되겠다.

사이트의 주인장이 한국에서 바로 이 걱정인형을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인형을 사전 주문을 받아 100% 수작업 공정을 통해
만들어 보내주는데 인형은 주문자의 걱정에 맞춰 제작된다고 한다.
더불어 걱정과 관련된 편지도 적어 보내준다니 참 영특한 비지니스
아이템이다.

무엇보다 이곳에 이 사이트를 소개하게 된 이유는,
이 사이트의 주인장이 인형을 통한 판매 수익금을 제 3세계 어린이들에게 축구공을 선물하는데 쓸 거라는데 있다.
사실, 유학기간 동안 허송세월을 보내고 오는 사람들도 참 많은데 외국 친구들을 만나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얻어와 인류공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것이 크고 작고를 떠나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모르겠다.


Designed by 안다
생활의발견2009. 6. 5. 03:22





스피커가 달린 수 백대의 오디오가 한곳에서 동시에 울려댄다면 어떨까?
옆에서 새 나오는 이어폰 소리에도 민감한 사람이라면 그만한 지옥이 없을 것이고, 행여 주거지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내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할 테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실제 맨하튼 도심 한 곳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이름하여 '언사일런트 나이트'라는 이 이벤트는 매해 12월, 한 공원에서 열리는데 말이 공원이지 도심 속에 자리한
곳이다 보니 주변이 온통 주거지역이라 야심한 밤에 이런 행사를 한다는 게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혈기왕성한 호기심을 앞장세워 안다가 친히 이 곳을 찾았다.

사전에 들은 풍월을 바탕으로 뉴욕대학 인근의 워싱턴 광장 공원 Washington Square Park 을 찾아가니 벌써 수
많은 사람들이 대형 아치 주변에 자리하고 있고 끊임없이 밀려드는 인파로 광장은 금새 북새통이다.
외로이 고군분투하는 안다와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삼삼오오 그룹을 짓거나 가족 단위로 나온 듯 보였는데
그 연령에 있어 할아버지부터 갓난아기, 심지어 개들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추위 속에서 십여 분을 더 기다리자 이벤트의 주최측으로 보이는 사람이 등장해 행사의 취지와 방식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언사일런트 나이트 Unsilent Night'는 1992년, 아티스트인 필 클라인(Phil Kline)에 의해
대중들이 직접 참여하는 퍼포먼스 형태로 처음 시작되었지만 여타의 이벤트처럼 뚜렷한 목적을 지니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요즘 유행하는 플래시 몹처럼 순간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깜짝 파티는 더더욱 아니다.

잠깐 필 클라인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그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문학과 음악사를 전공한 사람으로, 줄곧 표현과
소통의 수단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에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음악인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짐 자무쉬(Jim Jarmusch)와의 밴드 결성 그리고 사진작가 낸 골딘(Nan Goldin)과 작품을
함께 했다고 하니 그는 차라리 예술가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릴 듯 하다.



필 클라인이 음악을 만든다고 하니, 왜 이 행사에 오디오가 등장하는지 쉽게 짐작이 간다. 그가 만든 음악을
오디오를 통해 울리는 것이 이 행사의 기본 취지다. 행사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미리 '언사일런트 나이트'
웹 사이트에서 해당 음악을 다운받아 그것이 테이프이던, CD던 혹은 MP3이던 간에 스피커가 달린 포터블
오디오에 담아 약속된 날에 이곳으로 오면 된다. 오디오가 없는 사람은 그냥 빈 손으로 오면 되고.

그리고 약속된 정각이 되면 주최측의 지시에 따라 동시에 플레이 버튼을 눌러 그 음악을 흘려 보내고 리더를 따라
모두 함께 발길을 옮기면 된다. 그 뿐이다.



오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은 멜로디나 가사가 없다. 음향효과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만큼 비규칙적이고
몽환적인 불협화음이며, 어떤 곡은 마치 투명한 얼음으로 뒤덮인 성 안을 유리구두를 신고 뛰어다니듯이
기묘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수 백대의 오디오를 통해 나오는 음악은 그렇게 사람들이 움직임을 따라 빌딩을 가르며 도심 곳곳으로
스며들기 시작하는데, 그 사람들과 함께 걷다 보면 마치 동화 속 피리 부는 사나이를 좇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순례자가 된듯한 느낌마저 든다.



모든 순례는 워싱턴 광장 공원에서 약 2킬로미터 떨어진 톰킨스 광장 Tompkins Square 에서 끝이 난다.
물론 별도의 뒤풀이는 없다. 애초부터 강요가 없는 행사이기 때문에 이동 중에 술을 마시러 가든 집으로 가든
아무 상관도 없다.

하지만 이 행사에 참여해 함께 걷다 보면 뭔가 인식하기 힘든 기운을 느끼게 된다. 잠깐이나마 깨끗하게 온 몸이
정화되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도심 생활로 생긴 외로움 같은 상처를 무리 속에서 치유 받는 느낌도 드는데,
아마 이 행사의 의미를 이렇게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언사일런트 나이트'는 미국에서만 15개 도시에서 열리며,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등 해외에까지 확대되어
12월을 그들만의 소리로 채우고 있다. 공식 웹 사이트에서는 이 행사를 자신의 도시에서 열고 싶다면 메일을
보내라고 하니, 관심이 있다면 문의를 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참고로 실제 행사 동영상과 음악도 웹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웹사이트 주소 : www.unsilentnight.com

Designed by 안다
생활의발견2009. 5. 27. 05:04
LA에 가면 할리우드 명사들의 이름이 담긴 Hollywood Walk of Fame 이라는 유명한 거리가 있다.
영화를 포함해 공헌도가 높은 문화계 유명 인사들을 기리기 위한 별 모양의 기념물로, 그 대리석 안에는
해당 명사의 이름과 그가 어떤 분야에서 공헌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아이콘이 박혀있다.
인근의 Mann's Chinese Theatre 광장의 기념물에는 사인과 손 혹은 발자국이 담겨있기도 하다.



플로리다에 갔을 때도 이와 비슷한 풍경을 본 적이 있는데,
올랜도 디즈니랜드의 매직 킹덤 입구 바닥이 뭔가로 빼곡히 적혀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온갖 이름들이 즐비했다.



여기에 적힌 이름들은 실제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일반인이라는 점에서 LA의 그것과는 다르다.
현재도 그 서비스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연인끼리 혹은 가족끼리 디즈니랜드에 온 것을 기념하고 싶은 사람이
정해진 경로를 통해 신청하게 되면, 벽돌에 넣고 싶은 이름과 사는 곳의 지명과 주명 그리고 기념할 만한
짧은 문구를 넣어 이곳에 놓여지게 된다. 벽돌을 제작하는 비용은 약 300달러 정도이며 일정 액수를 더 내면
기념으로 복제품을 하나 더 만들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밑의 별표 옆에 자리한 숫자는 방향 및 일련번호를 나타낸다고 한다.
아마, 자신이 신청한 벽돌을 쉽게 찾도록 하기위한 편의적 기능이 아닐까 싶다.




이런 기념적인 소품을 지역단체 혹은 기관이 주체가 되어 마련하면 어떨까 싶다.
도시마다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광장이나 공원 한 두개는 있기 마련인데, 어차피 예산을 들여 벽돌을
깔게 될거라면 이런 식의 이벤트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추억도 주고, 그 모금액으로 공원 운영비 마련이나 혹은
도로 위에서 사고를 당한 환경미화원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한다면 얼마나 뜻깊은 일인가!
Designed by 안다
생활의발견2009. 5. 23. 00:41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불편한 점도 그만큼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주차문제로 가히 전쟁이라 불릴만큼 스트레스의 주범이다.
그럼 맨하튼 사람들은 그 복잡한 곳에서 어떻게 주차를 하며 살까?

답은 딱 두가지다.
하나, 비싼 사설 주차장에 정기적으로 돈을 지불하며 주차한다.
둘, 일명 스트리트 파킹, 즉 길거리에 주차한다.



길거리 주차의 경우, 동전을 넣는 미터파킹이라면 정해진 시간만 잘 유념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어퍼웨스트 지역의 경우 25센트 동전 하나에 약 10분의 주차시간이 주어지며,
늦은 저녁부터 아침까지 그리고 일요일은 맨하튼 어디라도 동전을 넣지 않아도 무료로 주차할 수 있다.



그럼, 미터파킹 머신이 없는 곳은 어떻게 주차를 할까?
일단 먼저 빈 공간을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다. 거주자 우선 주차 지역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주차를 할 수가 없는 Anytime No Parking Area은 피해야 한다.
또한, 상업용 차량 주차지역(Commercial Vehicle Parking Area)도 주차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스쿨버스가 정차하는 학교 앞 도로 역시 시간 외 주차를 하면 $150의 벌금 티켓을 받는다.
더불어 소화전을 기준으로 노란색이 칠해져 있는 5미터 범위의 공간은 반드시 비워져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각 요일에 따른 거리 청소시간에는 절대 주차를 하지 말아야 한다.

청소시간은 거리 하나를 기준으로 왼편과 오른편의 적용 요일이 각각 다르다.
왼편이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8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청소를 한다면,
오른편은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8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청소시간으로 정해져있다.
그나마 수요일은 토요일, 일요일과 더불어 청소가 없는 날이라 맘놓고 차를 세워둘 수가 있다.
물론, 위에 열거한 내용들과 더불어 간혹 발생하는 임시 주차금지날만 잘 피한다면 말이다.

주차 하나 하는데 이 얼마나 복잡하고 짜증나는 일인가!
이런 복잡한 맨하튼의 주차 가능 지역을 알려주기 위해 등장한 무료 사이트가 있으니 바로 PrimoSpot.com이다.



PrimoSpot.com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간단하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를 이용해 각 지역의 주차정보를 한 눈에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맨하튼 내의 모든 도로에는 주차에 관련된 정보가 반드시 사인 형태로 세워져있는데 한 블럭 안에서도
영역에 따라 다른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적어도 5~6개의 사인을 반복적인 간격으로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이런 정보를 한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애초에 이 사이트를 찾은 것도 어딘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출발했으니까.



위의 아이콘은 지도 위에 보이는 점으로 주차 가능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으로 구성하고 있다.
Bad idea라고 표시된 점들은 대개 어떤 상황에도 주차를 할 수 없는 지역을 말한다.
아래 사진이 PrimoSpot.com에 접속해 특정 주소를 넣으면 보여지는 화면이다. 



보다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을땐 해당 지점의 아이콘을 누르면 아래와 같이 정보가 나타난다.
아래 의미는, 106가 거리의 오른편은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전 10시까지 주차가 안된다는 말이다.
바로 이 시간에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차와 쓰레기차가 지나가기 때문이다.



구글의 스트리트 뷰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 거리 모습도 볼 수가 있다.



또한, 유저들의 참여를 통한 컨텐츠 생산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실제 해당 지역의 사인을 찍은 사진을 가지고 있다면 직접 사진을 PrimoSpot.com에 등록시킬 수 있다.
초기에는 사진이 없는 곳이 많았는데 그간 유저들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 지금은 빈곳을 찾기가 힘들다.



최근에는 애플의 엡스토어에도 유료상품으로 서비스를 등록해서 아이폰이나 아이팟을 쓰는 사람들이
편하게 주차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영역을 확대시켰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주차가 가능한 빈자리를 알려주는 실시간 서비스도 언젠가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한다.
www.primospot.com

이동통신 문화가 발달한 서울도 이런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좋지 않을까?
잘못된 지역에 주차를 할때 자동으로 핸드폰에서 경고음을 울려준다면 불필요한 벌금이 많이 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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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09. 5. 22. 10:47
지하철을 타기 위해 167가역 승강장에 서있는데 한쪽 벽면이 각종 포스터로 가득하다.
열차 기다리는 시간을 죽일 요량으로 쭉 따라 걸으며 하나하나 둘러보는데, 그 중 하나가 쏙 들어온다.
비주얼이 큼지막한데다 언뜻 여자가 코피를 흘리는 사진이라 쉽게 호기심이 발동했나보다.



어, 가까이 다가가니 코에서 흐르는 것은 피가 아니라 한줄의 문구였다.
          38% of battered women will be victimized again within six months.         
가정폭력에 희생되는 여성에 대해 그 재발에 대한 위험성을 일깨우는 일종의 공익광고인 셈인데,
우리로 치면 각종 민원을 해결해주는 전화번호 311이 그 아래 적혀있고 비상시를 대비한 911도 작게 인쇄되어있다.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홍보물이나 매체물은 되도록 간단하며 직접적이고 쉬울수록 좋다.
금연 캠페인을 하는데 있어 타르가 몇 퍼센트니 폐암에 걸릴 확률이 몇 배에 달한다는 표현은 적어도
뉴욕타임즈를 읽는 사람들을 상대로 할게 아니라면 사치다. 그만큼 쉽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런 종류(금지약품, 성병, 폭력 등)의 계몽 대상이 되는 이들은 비교적 교육적 혜택이 적은 사회적 약자층이 많기 
때문에 보는 순간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며, 몇 초 안에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바로 이해시켜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위의 가정폭력에 대한 포스터는 시선을 끄는 강한 비주얼과 짧으면서 정보 전달력이 강한 문구,
그리고 두 요소를 통한 쉬운 의미전달까지 잘 갖추고 있다.
이런 크리에이티브한 작품을 길거리에서 만나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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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09. 5. 22. 06:37

컬럼비아 대학 캠퍼스를 가로지르다 재미난 것을 발견했다.
바로 세인트 폴 예배당 건물 벽에 놓인 세 개의 쓰레기통이었는데
그 생김새는 여느 휴지통과 같지만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려는데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쓰레기를 투척하는 입구의 모양이 모두 제 각각이었기 때문이다.



뉴욕 거리의 일반적인 쓰레기통은 윗부분이 훤히 뚫려있어 지나다 그냥 휙 던져 넣으면 그만이다.
대개의 건물에서 쓰이는 분리수거 쓰레기통 역시 큼지막한 글씨로 구분해 놓긴하지만
자칫 주의를 놓치면 누구나 한번쯤은 엉뚱한 곳에 쓰레기를 던져 넣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이 세 개의 쓰레기 통은 던져 넣는 그 순간 한번 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캔이나 병을 담을 쓰레기 통은 한 가운데 작은 구멍이 나 있어서 부피가 큰 쓰레기는 넣을 수가 없으며,
신문이나 종이, 잡지를 넣는 쓰레기통은 폭이 좁고 길이가 긴 구멍이 있어 애시당초 깡통이나 병은
던져봐도 그 입구에서 걸리고 만다. 그리고 재활용이 가능한 캔, 병, 종이류를 제외한 쓰레기들은 당연히
입구가 넓은 곳에 넣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똑똑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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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발견2009. 3. 28. 03:45

다양한 인종만큼이나 별별 사람이 다 있는 곳이 뉴욕인 듯 싶다.
특히 길을 걷다보면 저게 작품일까 싶을 정도로 지나치기 쉬운 퍼포먼스나 설치미술을 마주하곤 하는데,
아래의 영상도 그런 뉴욕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스트리트 아트 중 하나다.

   

                                            Inflatable Polar Bear

위의 작품은 짐작하다시피 슈퍼마켓에서 나눠주는 비닐봉투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지하철 환풍구로 나오는 바람을 통해 반복적으로 형상을 이루고 허무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그 형태가 북극곰이라 지구환경보존에 대한 경각심이 저절로 일어난다.







작가인 Joshua Allen Harris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연이어 Inflatable한 작품을 만들고 있으며
기린, 몬스터, 동물원, 네스호의 괴물 등 다른 작품들 또한 유투브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긴 환풍구 위에 길게 뉴욕 지하철을 만들면 정말 재밌고 멋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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