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동영상 하나에 그만 폭! 빠져들고 말았다.
별다른 대사나 줄거리 없이 원숭이로 추정되는 노란색 인형을 통해 상황을 재미있게 표현한 영상인데
채 3분이 안되는 영상을 끝까지 봐도 당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이건 무슨 상업 광고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화 트레일러도 아닌 것이, 궁금증만 잔뜩 자아내게 했다.
뭔가 나름의 꿍꿍이가 있는 거 같은데..
도대체, 누가, 왜, 어쩌자고! 이렇게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맹랑무쌍한 영상을 만들었을까?
영상의 제목으로 검색된 정보들을 살펴보니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위 영상은 Mr. Oizo라는, 1974년 프랑스 태생의 Quentin Dupieux이란 본명을 가진 일렉트로 하우스 뮤지션이
만든 것으로, 그의 가명인 Oizo는 프랑스어로 '새 Bird'라는 뜻의 'Oiseau'에서 따왔으며, 일찌기 1999년 발표한
Flat Beat라는 곡으로 유럽에서 대 히트를 기록한 바가 있다.
Flat Beat는 비교적 단순한 베이스 비트로 가득찬 춤추기 좋은 음악인데, 이 곡을 위한 뮤직 비디오에 처음으로
위 영상에서 본 노란 원숭이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후에 그가 직접 연출을 담당한 리바이스의 TV 광고 시리즈에도
Flat Beat이 배경 음악으로 쓰이면서 다시 한번 이 원숭이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의 이름이 바로, Flat Eric이다.
Mr. Oizo의 이전 작품에도 모습을 보이는 이 캐릭터는, 원래 리바이스 광고의 오리지널 스토리에서 이 원숭이를
자동차가 즈려 밟고 지나가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기에 Flat이란 이름을 붙인건데, 비록 그 아이디어는 퇴짜를
맞았지만 Flat Eric이란 이름은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 귀여운 원숭이 에릭을 만든 곳은 다름아닌, 세서미 스트릿 Sesame Street 으로 너무나 유명한
인형 제작자인 Jim Henson의 Creature Shop의 작품으로, 원래는 Mr. Oizo가 자신의 음악 Flat Beat을 위해
직접 제작한 Stéphane이라는 이름의 원숭이 인형을 리바이스 TV 광고를 위해 같은 컨셉 아래 재 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Flat Beat 뮤직 비디오에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이 인형은 Stéphane이라 불렸다는 얘긴데, 결국
리바이스가 자신들의 TV 광고에 등장시키면서 보다 인터내셔널한 이름을 원했기때문에 프랑스 이름이 아닌
영문 이름으로 리네이밍하게 된 셈이다.
했던 것 같은데, 처음 만들어진 에릭에 대해 세서미 스트릿의 개구리 인형 Kermit과
너무 흡사하다고 퇴짜를 놓고, 이후 보름에 걸쳐 다시 만든 인형은, 작지만 웃음을 유발해야
하는 컨셉과 너무 동떨어진다는 이유로 돌려보내고, 결국 네번의 수정이 있은 다음에야
OK 사인을 보냈다고 하니, 꽤나 까칠한 성격인듯...
현재 에릭과 관련한 모든 캐릭터 소유권은 Mr. Oizo가 가지고 있으며, 꾸준히 그의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영상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세트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누르는 것이 Mr. Oizo의 새 음악을 위한
암시였던가 보다. 결국 영상은 일종의 티저광고였던 셈이다.
아래 영상들은 Mr. Oizo의 에릭이 등장하는 리바이스 TV 광고와 이전의 뮤직 비디오 영상이다.
밑에서 두 번째 뮤직 비디오를 보면 지금과 달리 귀가 달린 예전의 에릭을 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