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발견2010. 8. 27. 11:17
지난 7월, 여름 물놀이로 델라웨어 강엘 갔었는데 마침 독립기념일 연휴라 인근에 있는 한 마을을 찾았다.
지리적으로 필라델피아에 속한 이 마을의 이름은 Peddler's Village로 마치 유럽에 온듯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특히 마을을 둘러싼 다채로운 상점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 그 중 한 캔디 가게에 들어서게 되었다.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마을 중앙 잔디밭에 모인 페들러 마을 사람들

미국에 온 이후로 내가 본 캔디 가게 중에서는 제일 큰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게에서 취급하는 각종 캔디, 초콜릿, 젤리 같은 품목의 종류만도 족히 천 여 가지는 넘는 듯 했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캔디류를 한 자리에 모았다해도 과언이 아닐 그곳에서 맘에 드는 캔디 하나를 샀다.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바나나맛 프랜치 츄 태피'가 그것으로,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에 넣어둔 채 깜빡
잊어버리고 있다가 어제서야 비로소 발견하고는 그 맛을 보게 되었다.



단지 포장지 디자인이 맘에 들기에 고른거라 어떤 맛일지 우선 궁금했다.
크기는 30센티 플라스틱 자 정도의 세로폭에 오징어 몸통 정도의 두께를 가지고 있었는데
포장을 벗기니 왠지 색상이나 질감이 우리나라의 울릉도 호박엿과 비슷해 보인다.



한 입 베어 물어 보는데 그 식감의 쫀득거림과 늘어남이 호박엿과 꼭 같을 뿐더러
끈적이지 말라고 겉에 뭍혀둔 흰색 전분 가루까지 역시나 호박엿을 닮아있었다.
바나나 향만 입혔을 뿐이지 그 향만 빼면 완전 호박엿이다!

혹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이 한국에서 먹은 호박엿을 못 잊어 재현해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포장지에 인쇄되어 있는 웹사이트 주소로 들어가 이 캔디의 제조 역사를 들추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울릉도 호박엿과는 다른 개발품으로, 그 역사가 벌써 100년을 넘어섰다.
포장지에 적힌 Doscher's Famous 문구의 Claus Doscher가 바로 이 창업자의 이름으로,
클라우스는 1865년,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서 캔디 상점을 운영하던 삼촌들을 도우러 독일에서 건너오는데
그로부터 6년 뒤인 1871년,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딴 Dosher's Candies라는 캔디 상점을 열게 된다.

하지만 삼촌들처럼 단지 도매상으로 운영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캔디를 제조해 판매할 꿈을 갖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 중 하나가, 미국의 프로야구가 막 성장할 무렵 신시네티 레드스타킹스 구장에서 판매했던
카라멜을 씌운 팝콘이다. 카라멜 팝콘으로 가장 유명한 브랜드인 Cracker Jack이 1893년에 만들어졌다니
어찌보면 클라우스의 카라멜 팝콘이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1890년대 후반, 유럽을 중심으로 특히 프랑스 남부에서 한창 인기몰이 중이던 새로운 캔디가 있었으니
바로 설탕을 녹여만든 Teffy라 불리는 무른 사탕으로, 클라우스가 이 테피를 본인만의 레시피로 만들게 된다.
초기에는 주물에서 찍어낸 큰 형태의 상품을 상점에 배달한 후, 다시 이것을 잘게 조각 내 파운드 단위로 팔다가
이후 지금의 막대기 사이즈로 포장지에 넣어 The French Chew라는 이름으로 팔게 되었다고 한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제조한 설비에서 여전히 The French Chew를 만들어 내고 있고
혀를 다시는 개구진 아이의 얼굴이 인쇄된 포장지 디자인 역시 변함없이 쓰고 있다고 한다.
다만, 100년 간 바닐라맛, 초콜릿맛, 딸기맛 이렇게 세 가지 맛의 캔디만 만들던 것을
최근에 바나나맛을 특별 시즌에 한해 생산하고 있다는데, 이런 시즌 상품에는 할로윈에 판매되는 사과맛과
크리스마스에 주로 판매되는 박하맛이 더 있다고 하니, 내가 산 것은 비교적 최신 상품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엿에 비하면 나이로 따졌을 때 한참 아기도 안되는 신상품이지만
그래도 지구 반대편에서 내 나라의 고유 음식과 꼭 같은 맛을 본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다음에 또 보게 된다면 모든 맛을 종류별로 다 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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