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발견2009. 12. 8. 17:37
올 봄, 산책겸 들른 회사 근처 화원에서 장미 화분 하나를 입양했다.
'Sunblaze'라는 품종의 미니어쳐 장미로, 이미 온실 속에서 충분한 수분과 완연한 봄 햇살을 듬뿍 머금은 터라
곳곳에서 틔운 작은 꽃봉오리들이 여간 탐스러운게 아니었는데, 작지만 어딘가 도도해보이는 그 매력에 빠져
애초에 찜해두었던 허브는 까맣게 잊은채, 덜컥 이녀석을 사고 말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자인 아내가 더 좋아할 것 같아, 한껏 기분을 내어 집에 오자마자 선물로 안겨 주었는데
아내는 아침 저녁으로 감탄하는 역할만 담당할뿐, 역시 집 안에서 식물을 가꾸는 것은 오래전부터 나의 몫인지라 
또 하나의 소일거리가 늘어버린 셈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우리집 창문이 동이 틈과 동시에 햇살이 쏟아지는 방향이라 창가에 내놓는 것만으로도 별 수고없이
장미는 연일 꽃을 틔우고 지고를 반복했었는데, 슬슬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이 되니 스스로 바깥 기온을 감지한
탓인지 아무리 가지를 정돈해주어도 새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가 보이질 않았다. 어차피 연약한 장미나무니까
올 겨울을 이기고 다가올 봄까지만 살아준다면 그것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화분에 물을 줄때마다 미친사람처럼
장미에게 말을 건네곤했는데... 어라?! 장미나무가 또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물론 나의 정성어린 보살핌에 감동한 장미가 결초보은의 심정으로 꽃을 틔운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다소 쌀쌀해진 날씨에 가동을 시작한 건물 내 히터의 열기가 햇빛을 대신한 성장 동력이 된 성 싶다.
그래도 한편으론, 얼마 전 읽은 '기적의 사과' 영향인지, 비록 식물일지라도 정성들여 보살피면 그 사람의 마음을
백분은 이해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엄동설한의 이 계절에 싱그런 녹색 잎 사이로 빨갛게 피어오르는 꽃봉오리를 보고있으니
마치 환갑을 넘긴 노년에 귀한 늦둥이 자식을 얻은 것마냥 마음이 금새 새초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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