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발견2010. 4. 13. 16:18

지난 주 갑작스럽게 치솟은 날씨는 화씨 93도(섭씨 33도)의 여름 날씨를 기록하고 말았다.
동일한 날짜에 기록된 기온으로 90년 만에 최고치라니, 4월까지 눈이 오기도 하는 동부에선 참 흔치않은 일이다.
급기야 반바지에 반팔 셔츠를 입는 것으로 모자라 창고에 박혀있던 선풍기를 일찌감치 꺼내 놓았는데
왠걸, 겨울 옷들을 정리해 넣은 것이 무색하게 한 이틀 정상적인 기온으로 곤두박질 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미친 날씨에 당한 것은 나만이 아니어서, 주변 자연들 역시 성급하게 꽃망울들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주말을 맞이한 센트럴 파크에는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장관이 물결을 이루기 시작했다.

105가 동북쪽 센트럴 파크에 위치한 Conservatory Garden은 그 어느 곳보다 봄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좋은 날씨 탓에 프랑스 정원, 이탈리안 정원, 영국풍 정원 모두 다 사진기를 든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아래 보이는 4장의 사진들이 Conservatory Garden 중앙에 위치한 이탈리안식 정원이다.









지난해 11월 18일, 막 겨울이 찾아왔을 무렵 Conservatory Garden의 프랑스식 정원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십 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그 곳에 알이 굵은 튤립 씨앗을 심고있는 것을 보고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내년 5월이면 만개한 튤립 꽃들을 볼 수 있을 거라던 그 씨알들이 얼마나 자랐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봄이 일찍 찾아온 탓일까, 4월 중순이 채 되기 전인데도 많은 튤립 꽃들이 지난 5개월 간의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땅 밖으로 수북히 솟아 올라왔다. 완전히 만개하려면 자원봉사자 할머니의 말대로 5월이나 되어야 할 테지만,
그래도 작은 꽃봉오리는 또 그 나름대로 갓난 아기같은 해맑은 아름다움이 있다.







Conservatory Garden의 영국풍 정원은 다른 두 곳과 달리 다듬어 지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뽐낸다.
다양한 종의 나무와 풀들이 두서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군락을 이루며 자라지만 인공적인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곳의 풍경을 더 좋아할테고, 특히나 봄 철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 총천연색의 꽃들이 마치
정규 방송 전의 화면조정시간을 시청하듯 찬란하기 그지없다.







봄이 오니 센트럴 파크 전체에 활기가 살아난다.
지리한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오니 남녀노소 만물들이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마는
나이를 먹을수록 계절 바뀌는 소리가 귓전이 멍할 정도로 후려치듯 빠르게 지나가니 내심 두렵기도 하다.
또 십여년이 지나면 그때는 새해 바뀌는 소리가 그러할테니 지금의 봄을 맘껏 즐기는게 내 도리인 걸까?










봄이 오면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녘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 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 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빛 고운 숲 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묻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녘에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녘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노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 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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