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발견2010. 10. 4. 20:21

영국에 앞서 뉴욕을 선점한 네덜란드는 지금의 맨하튼을 '뉴 네덜란드' 또는 '뉴 암스테르담'이라고 부른 뒤
전략적인 요충지로 이곳에 높은 방벽을 세웠는데 지금의 증권가인 '월 스트릿'이 여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 당시 네덜란드의 식민지 총 사령관이었던 Peter Stuyvesant은 이주자들을 위한 공공 시장을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후 늘어난 많은 시장들 중 몇몇은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이런 오랜 역사를 배경으로 새롭게 태어난 시장이 바로 New Amsterdam Market 이다. 



뉴 암스테르담 마켓에서 판매되는 식품들은 모두 로컬에서 생산한 건강한 재료를 사용한다.
지역의 작은 단위의 상점들이 저마다 고유한 레시피를 통해 만든 식품들을 이곳에서 선보이는데
대부분 상점들이 시식행사를 곁들이고 있기 때문에 굳이 사지 않더라도 맛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다.
공식적으로 이곳에서 판매대를 설치한 상점의 갯수는 62개이며, 우리의 고유 음식 김치도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그 초입에는 뉴 암스테르담 마켓을 홍보하는 별도의 환영 부스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마켓의 자세한 내용이 담긴 홍보물을 받거나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
웹사이트에는 Social Media Coordinator 직함으로 한국사람의 이름인 Soo Koon Lee가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환영 부스 한 켠에는 자전거 발렛이라고 적힌 칠판이 세워져 있는데
실제 위의 환영 부스 사진에 등장하는 남자직원분이 친절하게도 자전거를 대신 파킹해 준다.
상냥스런 웃음을 주는 이런 아기자기한 친절함은 모든 상점들의 주인에게서도 그대로 건네 받을 수 있다.





이곳에 자리한 상점들은 위의 사진처럼 과일이나 채소 등의 유기농 농산물을 비롯해 와인, 잼, 각종 양념, 약초,
초콜릿, 맥주, 파스타, 치즈, 바베큐 구이, 정육, 샌드위치 등 서로 중복되지 않는 다양한 식품들을 팔기때문에
무료하지 않게 둘러볼 만하며 계속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Mast Brothers Chocolate
일전에 한번 소개한 바가 있던 '마스트 형제 초콜릿'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브룩클린의 윌리엄스버그 지역에 공장 겸 판매장을 가지고 있는 이 초콜릿 가게는, 뉴욕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카카오 원두부터 초콜릿 완제품까지 전 공정을 수공업 형태로 이루어내는 로컬 상점으로, 미국 내에서도 희귀한
형태의 초콜릿 가게다. 카카오 함량이 99%인 오리지널 다크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이전에 올린 마스트 형제 초콜릿 포스팅 글 보기



The Ravioli Store
롱 아일랜드 시티에 자리한 이 상점은 각종 파스타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흔히 상점에서 사다 먹는 딱딱한 형태의 포장품이 아닌, 오랜 반죽 후에 막 잘라낸 생 파스타인 것이다.
갓 뽑아낸 생 칼국수 면발을 떠올린다면 이곳의 생 파스타로 만든 요리가 어떨지 상상이 될 것 같은데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밀가루 역시 뉴욕의 로컬에서 재배된 유기농 밀을 사용한다고 한다.



Kombucha Brooklyn
'콤부차'라고 읽는 Kombucha는 원래 러시아에서 건너온 효모를 통해 발효된 차(茶)로, 러시아어로 '버섯차'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데 버섯도 일종의 효소인 셈이니 적당한 이름이다. 어떻게 차를 발효해서 마시지? 싶은데
생각해보면 김치도 된장도 모두 발효음식이니 이 역시 우리 몸에 좋을 성 싶다. 
이 차는 의약품으로도 사용되며 각종 비타민 등이 풍부해 일종의 만병통치약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있다. 



Zone 7
이 상점은 뉴저지의 Lawrenceville이란 마을을 거점으로, 인접한 펜실베니아와 뉴저지 지역의 작은 농장들에서
생산한 유기농산물들을 각종 레스토랑들에 납품하고 있는 일종의 조합적인 성격의 판매, 유통점인 셈이다.



Mother-in-Law’s Kimchi
뉴 암스테르담 마켓에서 만나는 반가운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음식 김치다.
맨하튼 내에 작은 공장에서 전로린씨와 그녀의 어머니 전영자씨가 정성을 들여 직접 만드는 김치로,
우리말 '장모김치'를 영어로 재미있게 명명했다. 헌데 대개 미국의 사위들은 장모와 사이가 안 좋다는데..
무엇보다 나는 한글 표기음을 붙인 김치 이름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Yulmu(열무)같은 경우 자생지 표기에 발빠른 일본 덕분에 영어로 Daikon radish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렇게 음식의 맛을 통해 널리 알려진다면 이 다음에라도 우리식으로 바뀌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 아닐까.
총각김치도 Batchelor Radish라고 이름 붙여두니 호기심이 생겨 왠만하면 잊어버리기 힘들어 보이고 말이다.

얼마 전 대량으로 김치를 샀던 터라 이 날은 맛만 보았는데, 이 날 사지 못한 것을 아내는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주로 첼시마켓이나 홀푸드같은 유기농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걸 보면 철저하게 미국인들 입맛을 공략하고자
김치를 만드시는 것 같다.
공식 웹사이트 주소 : http://www.milkimchi.com



Grill-A-Chef
팔짱을 낀채 외로이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이 남자의 이름은 Joshua Stokes다.
이 상점은 특이하게 진열된 상품을 찾을 수 없는데, 바로 조슈아 자신의 어드바이스가 이곳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종의 웰빙 요리 전도사로 이곳을 찾는 누구에게라도 자신의 요리 레시피를 무료로 전수해주고 있다.
특히, 생소한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형태의 음식을 만드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긴다.
그는 이곳 외에 첼시마켓에서도 자신의 요리 노하우를 선보이고 있다.
그의 웹사이트에 다양한 레시피들이 올려져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한번쯤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공식 웹사이트 주소 : http://www.grillachef.com



조슈아 쉐프네 상점 바로 앞에는 난데없이 여덟 상자의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포도가 쌓여있었는데



그 옆에 두 개의 오크통 놓여있는 것으로 미루어 조만간 작은 이벤트가 마련되려나 보다.



Bellwether Hard Cider
맨하튼에서 4시간 거리에 있는 Trumansburg에서 찾아온 이 상점은 애플 사이다를 판매한다.
이 상점의 사장은 프랑스 지역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가내 수공업 형태의 애플 사이다 제조에 영감을 얻어
뉴욕 북부 Trumansburg 지역에 사과 밭을 일구고 그 수확물로 음료를 만들고 있다.
전에 로컬 농장에서 막 가져온 뜨거운 애플 사이다를 마신 적이 있는데 처음 갖던 생각과 달리 정말 맛이 좋았다.
더불어 블루크랩을 쪄 먹을 때 물과 애플 사이다를 1:1의 비율로 쪄내면 그 풍미가 게에 그대로 스며든다. 



선글라스를 쓴 할아버지의 주도로 포도를 발로 짓이겨 즙을 짜내는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참가한 여성은 지나던 관광객이었는데 대충 물에 발을 씻더니 그대로 통 속에 들어가 포도들을 마구 밟았다.
남자 친구로 보이는 남성도 이후 함께 들어갔는데, 양말을 벗고는 씻지도 않은채 밟는 것이 아닌가.
그걸 보고는 도저히 저기서 만들어낸 포도주나 쥬스는 못 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Taza Chocolate
메사추세츠, 하버드 대학 인근의 Somerville에서 온 이 상점은 마스트 형제와 같은 초콜릿 상점이다.
마스트 형제 초콜릿 공장과 마찬가지로 도미니카 현지에서 생산된 카카오를 직접 수입하여 자신들의 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내는데, 초콜릿 매니아로서 이 맛을 안 볼 수가 없기에 시식 후 별도로 구입을 했다.
마스터 형제와 다르게 입자가 상당히 거칠어 마치 마사토를 입 안에 넣고 씹는 듯한 원시적인 식감이었는데
카카오 본연의 그윽한 향만큼은 마스터 형제 것 만큼 잘 살아있었다. 다만 설탕을 많이 가미해서인지 무척 달다.
대중적인 입맛을 고려해 쓴 맛도 많이 희석시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마스터 형제의 초콜릿에는 못 미친다.
테이블 하단에 보이는 큰 열매가 바로 카카오 열매로, 실제 본 것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대단히 크다.



Home / Made
브룩클린에서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 상점은 다양한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로컬에서 생산된 신선한 재료로 브런치, 디너 음식을 제공하며 점심 메뉴는 없다.
식당 주소는 293 Van Brunt St. Brooklyn, NY 11231.

맛있게 시식만 하고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한 가게도 많으니 꼭 뉴 암스테르담 마켓을 가보길 권한다.
저렴한 비용에 샌드위치나 바베큐 등 먹거리를 사서 한 켠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분위기있게 식사할 수 있으니
출출해지는 점심시간에 찾는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다.

뉴 암스테르담 마켓은 맨하튼 남쪽의 항구인 사우스 씨포트 스트릿에 자리하고 있는데
정확히는 FDR과 연결되는 East River Dr. 고가 바로 밑에서 매년 정해진 기간 중 일요일마다 열린다.
대개 그 기간은 가을부터 초겨울까지로 올해는 9월 12일 ~ 12월 19일로 잡혀있다.
지난 8월 22일에도 시장이 열리긴했는데 공식적인 기간은 위에 기재한 바와 같으며 시간은 8AM~7PM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소 : 241 Water Street New York, NY 10038-2016
웹사이트 :
http://www.newamsterdammarket.org/about.html


그리고 Fulton Stall Market

뉴 암스테르담 마켓과 지척에는 마찬가지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Fulton Stall Market이 있는데
이곳 역시 일요일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1822년에 처음 개장된 이 시장은 이후 흥망을 거듭하다 1983년 지금의 건물 앞에 자리하게 되었다.
원래 이곳의 명물이었던 Fulton Fish Market은 2005년 브롱스의 Hunts Point로 이전을 한 상태다.



이곳에는 대략 15개의 상점이 있는데 뉴 암스테르담 마켓과 같이 농산물이나 치즈같은 식품을 팔기도 하고
간혹 목걸이나 반지, 조각 등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대할만한 수준의 시장은 못되고 그냥 걸으며 구경하기에 족한 정도다.





그나마 풀턴 스톨 마켓에서 탐이 나는 손거울 하나를 눈여겨 보게 되었는데
클림트의 그림이 뒤에 인쇄되어 있는 것으로 핸드백에 하나쯤 넣어다니면 금새라도 센스쟁이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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