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이었다.
갑갑한 일상에 숨통 좀 틔우자는 생각에 자연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떠나자고 다짐을 했건만
정작 행선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어디로 갈지 갈팡질팡거린 바람에 일주일을 허무하게 보내버리고
결국 연휴 이틀 전에야 뉴욕주 북부에서 캠핑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캠핑 용품점에 가서 텐트 하나를 샀다.
캠핑을 염두에 둔만큼 당연히 자리가 있을거라 믿고 출발 당일까지 짐만 꾸렸는데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다.
자동차에 모든 준비물을 챙겨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당 캠핑장에 전화를 했더니 빈자리가 없다고 한다. 아뿔사!
놀란 마음에 근처 다른 캠핑장에 연락을 취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았다.
연휴를 맞아 대거 휴가를 떠나기때문에 당일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거라고 한다.
결국 거진 포기하는 심정으로 한 군데 더 전화를 걸어 자리가 없다하면 그냥 드라이브나 다녀 오자고 아내와
합의를 한 뒤 연락을 했는데, 천만다행! 한 자리가 남았다고 한다! 뭐 재고할 것도 없이 그 길로 출발했다.
맨하튼에서 목적지인 Riverside Pines 캠핑장까지는 자동차로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220 마일이나 되는 꽤 먼 거리로, 87번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히피족들의 역사적 장소인 우드스탁을 비롯해
뉴욕주의 주도인 알바니를 지나며 목적지에서 북쪽으로 몇 시간을 더 달리면 캐나다의 몬트리올에 닿게된다.
캠핑을 할 목적지에는 스크룬 강 Schroon River 이 흐르고 있는데 카누를 타고 이 물길을 거슬러 오를 작정이다.
87번 도로의 25번 출구로 나와 이어진 8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5분 정도를 가니 드디어 캠핑장이다!!!
1969년에 문을 연 Riverside Pines Campsites & Cabis는 작은 산 속에 지어졌다.
대개 이런 캠핑장에는 텐트를 위한 공간과 더불어 오두막 집인 캐빈도 있고 상설 트레일러 차량도 마련되어 있어
보다 편안한 잠자리나 편리한 취사를 원하는 사람은 그만한 비용을 더 지불하면 된다. 물론 개인이 트레일러를
가져와도 필요한 전기나 배수시설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아래 보이는 사진의 건물이 이 캠핑장의 메인 오피스 건물로 야외 테라스와 더불어 실내에는 다양한 물품들을
판매하는 상점과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조그만 식당이 함께 붙어있다. 오락시설로는 말그대로 아이들 전용의
게임용 오락기계 몇 대와 어른들을 위한 노래방 기계가 있어 저녁이면 누구나 무료로 노래를 할 수 있다.
비용은 텐트의 경우 1박에 $22.00이고, 캐빈은 $375.00 ~ $425.00 사이, 그리고 트레일러의 경우에는 $350.00부터
$700.00까지 그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오래 전에 미국 북부와 캐나다를 돌면서 보름 정도 텐트 야영을 했었기에 어려운 것은 없었다.
바닥을 고른 후 텐트를 치고 필요한 물품과 식품들을 꺼내어 저녁 지을 준비까지 한번에 마쳤다.
헌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자동차 안에서 필요한 것을 꺼낸 아내가 그만 자동차 키를 차에 둔채 문을 잠근 것이다.
별 수 없이 철사 옷걸이로 고리를 만들어 자동차 문짝과 씨름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어디선가 구원투수를 불러왔다.
두 명의 남자 였는데 그 중 한명이 옷걸이를 능숙하게 작은 국자 모양으로 만들더니 쉽게 열어버렸다.
고마운 마음에 캠핑장 어느 곳에 머무는지 물어본 뒤 캔맥주 한 팩을 사서 건넸다.
아래 첫 번째 남자가 바로 자동차 문을 열어준 브랜든이라는 사람으로 현재 유니온에서 일을 하며 아내는 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더 있었는데 모두가 형제 가족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매년
이곳에서 한 달 정도의 여름휴가를 보내는데 올해로 벌써 17년째라고 한다! 지겹지 않을까...
브랜든이 내 사진기를 보더니 전문 사진가냐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이메일로 보내주겠다 약속을 했다.
헌데, 건넨 받은 쪽지를 보니 이메일 말고도 자기네 집 주소까지 상세히 적어두었다. ^ ^
밤새 비가 내린 덕분에 아침이 제법 축축거렸다.
어제 저녁 태우다 남은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데 아침 기상과 함께 여기저기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옆 텐트의 젊은 아해들은 땔감이 모자라는지 아예 손도끼를 들고 나무 위에 올라가 벌목을 한다.
이튿 날에는 예정대로 카누를 타고 스크룬 강을 거슬러 오르기로 했다.
캠핑장에서 카누를 빌려준다기에 대여점을 찾아 헤매는 수고없이 $20.00을 내고 하루 종일 쓰기로 했다.
상류까지는 꽤 긴 거리라 아예 김밥과 과일 등 점심 거리를 아이스 박스에 담아 배에 실었다.
뉴욕 북부 지역에는 셀 수 없을만큼 많은 호수와 강이 있다.
그 중 이곳 스크룬 강을 찾은 것은 다른 강과 달리 물길이 구비져 있어서다.
경험 상, 카누를 저어 나갈 때 앞이 훤히 내다 보이는 것보다는 구비구비 돌아 새로운 풍경을 맞닥뜨리는 것이
시각적인 즐거움도 있고 더불어 체력적인 피로도 그만큼 적은 거 같다. 스크룬 강은 그런 점에서 제격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닿는 부분이지만, 이곳 강변들은 대부분이 개인 소유의 재산이다.
이곳 뿐만이 아니라 내가 다녀본 미국의 대부분 강이나 바다들은 그 앞에 자리한 집들의 사유지였다.
그래서 지정공원이나 공공지역이 아닌 다음에는 바다나 강으로 접근할 길이 없다. 아무 생각없이 들어섰다가는
집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해명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사유지로서 관리가 될테니 오염의 걱정도 덜 뿐더러 환경보존를 위한 국가의 세금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제도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래도 기본적 권리를 박탈당하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역시 예상대로 조금 물길을 차고 올라가니 숲과 어우러진 강의 풍경이 혼을 빼 놓을만큼 멋지다.
더우기 날씨가 흐림과 갬을 반복해 체온적으로도 지루함이 없어 더욱 즐겁다.
띄엄띄엄 강가에 자리잡은 집들을 만나곤 했는데, 아래 왼편 사진의 집 주인은 휘어진 나무 등걸에 계단으로 쓸
나무 발판을 설치해 시원하게 물로 다이빙을 하게끔 했다. 다이빙을 위한 외줄 그네와 더불어 당장이라도 해보고
싶은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오른편 사진을 보면 강가인데도 불구하고 소화전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을 돌아다니다보면 인가가 전혀 없는 고속도로에도 이런 소화전이 설치된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렇게 강가에
까지 소화전이 있는 걸 보니 자연스레 안전에 대한 제도적 장치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날씨가 무척 변덕스러워 바로 눈 앞에서 해가 쨍쨍거리는데도 머리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일수였다.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질 때는 물가에 드리워진 큰 나무 밑에서 수면의 동심원을 바라보는 맛도 좋았다.
카누 타기를 끝내고 돌아와 저녁을 지어 먹고 밤 일정을 계획했다.
오늘이 바로 독립기념일인 7월 4일로 미국 도처에서는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성대한 불꽃놀이를 벌인다.
캠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불꽃놀이를 하는 장소가 있다고 해서 오피스에 문의해 그곳으로 향했다.
87번 도로를 타고 북쪽 26번 출구로 나가니 스크룬 마을 Schroon Town 이 나온다.
이곳에선 호수가에서 불꽃놀이를 한다는데 맨하튼에서 보던 것과는 감흥에서 비교가 안될 것 같다.
이미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온 차들이 가득이라 한참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걷는데 강변 풍경이 참 시원하다.
해가 지려면 3시간도 더 남았는데 그새 사람들이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빼곡히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이 이 마을이나 인근 지역 사람들로 보였고 우리같은 외지인들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거의 유일한 아시안이었을 뿐더러 마을 자체가 유색인종을 찾아보기 힘든 백인지역이었다.
스크룬 마을은 이 호수를 중심으로 발달해 있었는데 곳곳마다 깨끗하고 아기자기하게 예쁜 모습이 자연적인
비경과 잘 어우러졌다. 특히 이 언덕에 앉아 내려다 보는 옥빛 호수의 풍광은 만약 입장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수긍이 갈만큼 가슴이 트이는 시원함이 느껴졌다.
호수 가 중앙에는 독립기념일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불꽃놀이에 앞서 합창단이 미국 국가를 비롯해
국가적으로 의미있는 노래와 나레이션이 계속 이어졌다. 행사는 내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깊은 애국주의적 기운을
뿜어냈는데 자리한 사람들의 호응 역시 마치 어제 막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한 것마냥 뜨거웠다.
하지만 다들 가슴에 손을 올린채 일어서서 선서와 노래를 하는 속에 있는 것은 여간 뻘쭘한 것이 아니었다.
드디어 해가 지고 달이 떠올랐다.
호수 위 역시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몰고 온 개인 보트와 요트들로 가득했는데, 불꽃 폭죽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
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경비정들이 끊임없이 개인 선박들을 밖으로 밀어냈다. 어둠이 깊어질 수록 바다 위에 자리
한 수 많은 배들의 불빛들이 마치 무수한 별들이 투영된 것처럼 예뻤다.
불꽃놀이는 아무래도 맨하튼에서 하는 것에 비하면 규모 면에서 현격히 차이가 난다.
폭죽의 양은 물론이고 불꽃의 색상이나 모양, 움직임 등이 다소 밋밋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천연의 비경 아래
여유를 가지고 감상하는 불꽃놀이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도 남음이 있다.
더우기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에서 예상치 않게 얻은 즐거움이니 마치 보석이 흩어지는 듯 하다.
갑갑한 일상에 숨통 좀 틔우자는 생각에 자연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떠나자고 다짐을 했건만
정작 행선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어디로 갈지 갈팡질팡거린 바람에 일주일을 허무하게 보내버리고
결국 연휴 이틀 전에야 뉴욕주 북부에서 캠핑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캠핑 용품점에 가서 텐트 하나를 샀다.
캠핑을 염두에 둔만큼 당연히 자리가 있을거라 믿고 출발 당일까지 짐만 꾸렸는데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다.
자동차에 모든 준비물을 챙겨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당 캠핑장에 전화를 했더니 빈자리가 없다고 한다. 아뿔사!
놀란 마음에 근처 다른 캠핑장에 연락을 취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았다.
연휴를 맞아 대거 휴가를 떠나기때문에 당일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거라고 한다.
결국 거진 포기하는 심정으로 한 군데 더 전화를 걸어 자리가 없다하면 그냥 드라이브나 다녀 오자고 아내와
합의를 한 뒤 연락을 했는데, 천만다행! 한 자리가 남았다고 한다! 뭐 재고할 것도 없이 그 길로 출발했다.
맨하튼에서 목적지인 Riverside Pines 캠핑장까지는 자동차로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220 마일이나 되는 꽤 먼 거리로, 87번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히피족들의 역사적 장소인 우드스탁을 비롯해
뉴욕주의 주도인 알바니를 지나며 목적지에서 북쪽으로 몇 시간을 더 달리면 캐나다의 몬트리올에 닿게된다.
캠핑을 할 목적지에는 스크룬 강 Schroon River 이 흐르고 있는데 카누를 타고 이 물길을 거슬러 오를 작정이다.
87번 도로의 25번 출구로 나와 이어진 8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5분 정도를 가니 드디어 캠핑장이다!!!
1969년에 문을 연 Riverside Pines Campsites & Cabis는 작은 산 속에 지어졌다.
대개 이런 캠핑장에는 텐트를 위한 공간과 더불어 오두막 집인 캐빈도 있고 상설 트레일러 차량도 마련되어 있어
보다 편안한 잠자리나 편리한 취사를 원하는 사람은 그만한 비용을 더 지불하면 된다. 물론 개인이 트레일러를
가져와도 필요한 전기나 배수시설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아래 보이는 사진의 건물이 이 캠핑장의 메인 오피스 건물로 야외 테라스와 더불어 실내에는 다양한 물품들을
판매하는 상점과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조그만 식당이 함께 붙어있다. 오락시설로는 말그대로 아이들 전용의
게임용 오락기계 몇 대와 어른들을 위한 노래방 기계가 있어 저녁이면 누구나 무료로 노래를 할 수 있다.
비용은 텐트의 경우 1박에 $22.00이고, 캐빈은 $375.00 ~ $425.00 사이, 그리고 트레일러의 경우에는 $350.00부터
$700.00까지 그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오래 전에 미국 북부와 캐나다를 돌면서 보름 정도 텐트 야영을 했었기에 어려운 것은 없었다.
바닥을 고른 후 텐트를 치고 필요한 물품과 식품들을 꺼내어 저녁 지을 준비까지 한번에 마쳤다.
헌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자동차 안에서 필요한 것을 꺼낸 아내가 그만 자동차 키를 차에 둔채 문을 잠근 것이다.
별 수 없이 철사 옷걸이로 고리를 만들어 자동차 문짝과 씨름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어디선가 구원투수를 불러왔다.
두 명의 남자 였는데 그 중 한명이 옷걸이를 능숙하게 작은 국자 모양으로 만들더니 쉽게 열어버렸다.
고마운 마음에 캠핑장 어느 곳에 머무는지 물어본 뒤 캔맥주 한 팩을 사서 건넸다.
아래 첫 번째 남자가 바로 자동차 문을 열어준 브랜든이라는 사람으로 현재 유니온에서 일을 하며 아내는 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더 있었는데 모두가 형제 가족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매년
이곳에서 한 달 정도의 여름휴가를 보내는데 올해로 벌써 17년째라고 한다! 지겹지 않을까...
브랜든이 내 사진기를 보더니 전문 사진가냐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이메일로 보내주겠다 약속을 했다.
헌데, 건넨 받은 쪽지를 보니 이메일 말고도 자기네 집 주소까지 상세히 적어두었다. ^ ^
밤새 비가 내린 덕분에 아침이 제법 축축거렸다.
어제 저녁 태우다 남은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데 아침 기상과 함께 여기저기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옆 텐트의 젊은 아해들은 땔감이 모자라는지 아예 손도끼를 들고 나무 위에 올라가 벌목을 한다.
이튿 날에는 예정대로 카누를 타고 스크룬 강을 거슬러 오르기로 했다.
캠핑장에서 카누를 빌려준다기에 대여점을 찾아 헤매는 수고없이 $20.00을 내고 하루 종일 쓰기로 했다.
상류까지는 꽤 긴 거리라 아예 김밥과 과일 등 점심 거리를 아이스 박스에 담아 배에 실었다.
뉴욕 북부 지역에는 셀 수 없을만큼 많은 호수와 강이 있다.
그 중 이곳 스크룬 강을 찾은 것은 다른 강과 달리 물길이 구비져 있어서다.
경험 상, 카누를 저어 나갈 때 앞이 훤히 내다 보이는 것보다는 구비구비 돌아 새로운 풍경을 맞닥뜨리는 것이
시각적인 즐거움도 있고 더불어 체력적인 피로도 그만큼 적은 거 같다. 스크룬 강은 그런 점에서 제격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닿는 부분이지만, 이곳 강변들은 대부분이 개인 소유의 재산이다.
이곳 뿐만이 아니라 내가 다녀본 미국의 대부분 강이나 바다들은 그 앞에 자리한 집들의 사유지였다.
그래서 지정공원이나 공공지역이 아닌 다음에는 바다나 강으로 접근할 길이 없다. 아무 생각없이 들어섰다가는
집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해명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사유지로서 관리가 될테니 오염의 걱정도 덜 뿐더러 환경보존를 위한 국가의 세금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제도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래도 기본적 권리를 박탈당하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역시 예상대로 조금 물길을 차고 올라가니 숲과 어우러진 강의 풍경이 혼을 빼 놓을만큼 멋지다.
더우기 날씨가 흐림과 갬을 반복해 체온적으로도 지루함이 없어 더욱 즐겁다.
띄엄띄엄 강가에 자리잡은 집들을 만나곤 했는데, 아래 왼편 사진의 집 주인은 휘어진 나무 등걸에 계단으로 쓸
나무 발판을 설치해 시원하게 물로 다이빙을 하게끔 했다. 다이빙을 위한 외줄 그네와 더불어 당장이라도 해보고
싶은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오른편 사진을 보면 강가인데도 불구하고 소화전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을 돌아다니다보면 인가가 전혀 없는 고속도로에도 이런 소화전이 설치된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렇게 강가에
까지 소화전이 있는 걸 보니 자연스레 안전에 대한 제도적 장치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날씨가 무척 변덕스러워 바로 눈 앞에서 해가 쨍쨍거리는데도 머리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일수였다.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질 때는 물가에 드리워진 큰 나무 밑에서 수면의 동심원을 바라보는 맛도 좋았다.
카누 타기를 끝내고 돌아와 저녁을 지어 먹고 밤 일정을 계획했다.
오늘이 바로 독립기념일인 7월 4일로 미국 도처에서는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성대한 불꽃놀이를 벌인다.
캠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불꽃놀이를 하는 장소가 있다고 해서 오피스에 문의해 그곳으로 향했다.
87번 도로를 타고 북쪽 26번 출구로 나가니 스크룬 마을 Schroon Town 이 나온다.
이곳에선 호수가에서 불꽃놀이를 한다는데 맨하튼에서 보던 것과는 감흥에서 비교가 안될 것 같다.
이미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온 차들이 가득이라 한참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걷는데 강변 풍경이 참 시원하다.
해가 지려면 3시간도 더 남았는데 그새 사람들이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빼곡히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이 이 마을이나 인근 지역 사람들로 보였고 우리같은 외지인들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거의 유일한 아시안이었을 뿐더러 마을 자체가 유색인종을 찾아보기 힘든 백인지역이었다.
스크룬 마을은 이 호수를 중심으로 발달해 있었는데 곳곳마다 깨끗하고 아기자기하게 예쁜 모습이 자연적인
비경과 잘 어우러졌다. 특히 이 언덕에 앉아 내려다 보는 옥빛 호수의 풍광은 만약 입장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수긍이 갈만큼 가슴이 트이는 시원함이 느껴졌다.
호수 가 중앙에는 독립기념일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불꽃놀이에 앞서 합창단이 미국 국가를 비롯해
국가적으로 의미있는 노래와 나레이션이 계속 이어졌다. 행사는 내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깊은 애국주의적 기운을
뿜어냈는데 자리한 사람들의 호응 역시 마치 어제 막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한 것마냥 뜨거웠다.
하지만 다들 가슴에 손을 올린채 일어서서 선서와 노래를 하는 속에 있는 것은 여간 뻘쭘한 것이 아니었다.
드디어 해가 지고 달이 떠올랐다.
호수 위 역시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몰고 온 개인 보트와 요트들로 가득했는데, 불꽃 폭죽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
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경비정들이 끊임없이 개인 선박들을 밖으로 밀어냈다. 어둠이 깊어질 수록 바다 위에 자리
한 수 많은 배들의 불빛들이 마치 무수한 별들이 투영된 것처럼 예뻤다.
불꽃놀이는 아무래도 맨하튼에서 하는 것에 비하면 규모 면에서 현격히 차이가 난다.
폭죽의 양은 물론이고 불꽃의 색상이나 모양, 움직임 등이 다소 밋밋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천연의 비경 아래
여유를 가지고 감상하는 불꽃놀이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도 남음이 있다.
더우기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에서 예상치 않게 얻은 즐거움이니 마치 보석이 흩어지는 듯 하다.